공정거래법 개정안이 9일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당장 재계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경영권 방어다.출자총액제한제가 유지됨에 따라 그룹차원의 상부상조(계열사간 출자)도 힘들어지게 됐다. 금융 계열사 의결권 한도도 30%에서 15%로 축소될 예정이어서, 금융회사를 통한 보호막도 줄어들 판이다.
일단 재계는 시행령이라도 다소 완화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출총제와 관련해서는 시행령상의 졸업기준을 완화하고, 예외인정·적용제외도 확대해달라는 것. 개정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와 지배구조가 우수한 포스코는 내년 4월 출총제를 졸업하게 된다. 또 오너의 소유권과 지배권간 괴리도가 낮은 신세계·한진·현대중공업·LG전선 등 4개그룹과, 계열사 수가 적은 주택공사 등 4개 공기업도 제외된다. 그러나 7월 ‘부채비율 100% 미만’ 조건을 충족해 일시 졸업했던 삼성·롯데·한국전력은 다시 출총제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출총제 졸업기준을 좀더 현실화해서 보다 많은 기업집단이 출총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집중투표·서면투표 도입 여부를 잣대로 하는 지배구조 평가를 신축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재계는 또 다중의결권제와 제3자 신주배정 등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다중의결권제는 대주주의 주식 등에 대해서는 배당에서 패널티를 주더라도 의결권은 더 많이 주자는 것. ‘1주=1의결권’을 규정한 상법을 고쳐야 한다. 또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용으로만 가능한 제3자 신주배정도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호적인 세력에게 신주를 발행, 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말 그대로 ‘안 하는 것 보다는 하는 게 나은’ 정도일 뿐이라는 게 재계 판단이다. 다중 의결권제나 제3자 신주배정 등은 어차피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해야 해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출총제 졸업기준을 완화해도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소버린의 공격을 받고 있는 SK그룹은 그나마 연기금의 원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삼성이다. 출총제 적용을 다시 받게 되는 데다, 삼성생명 등의 삼성전자 지분 8.9%중 2.8%가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결국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다른 기업들에 ‘백기사’ 역할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는데, 대부분 기업들이 ‘사모투자펀드’에 자금을 묻어둘 여력이 있는지도 미지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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