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대진(42·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 3년에 걸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전곡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1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비극적 강렬함과 승리의 환희-모차르트와의 진정한 교감’을 부제로 내건 이 무대에서 12번 가장조와 20번 라단조, 24번 다단조를 강남심포니와 함께 연주한다."27개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중 단조는 20번과 24번 뿐입니다. 모차르트는 천상의 음악을 남겼지만, 삶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고 힘들었지요. 단조음악에서 비로소 그의 내면과 비애가 드러납니다. 모차르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싶어서 단조곡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사실 모차르트 음악에서 그늘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35세로 요절한 이 천재의 말년은 우울하고 궁핍했다. 아버지에게 죽음이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편지를 쓰기도 했다.
3년 간의 대장정을 마치게 되어 뿌듯할 법도 한데 그는 관객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워낙 띄엄띄엄 하다 보니 전곡 감상의 연속성이 떨어졌을 거에요. 다니엘 바렌보임은 지난해 6월 한달 간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했지요. 그렇게 해야 맞는 건데, 학교에서 가르치다보니까 또 여기저기 연주 요청을 뿌리칠 수 없어서 하다 보니 너무 오래 끌었네요."
전곡을 해보니 그는 협주곡에서 피아노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롭게 깨닫게 되었고 모차르트 음악 스타일의 변화도 보이더라고 했다.
"독주 악기 중심의 낭만 시대 협주곡과 달리 모차르트 협주곡은 교향악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차르트는 후기로 갈수록 피아노를 오케스트라의 한 부분처럼 다루고 있고, 목관악기와의 어울림을 중시하지요. 특히 24번은 협주곡이라기보다 교향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를 하는 동안 그는 피아노를 치면서 매번 지휘도 했다. 지휘는 예고 시절부터 오랜 꿈이었다. 당시 교내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본 적이 있고 지휘자 박은성에게 지휘를 배우기도 했다. 박은성의 제안으로 내년 4월 수원시향 정기연주회 지휘를 맡아 정식으로 데뷔한다.
"지휘자가 되려는 건 아니고, 다만 피아노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이라든지 다양한 악기의 색깔 같은 건 피아노로는 안 되니까요. 악기와 1대 1로 만나는 피아노 연주와 달리 지휘는 2차적인 음악 만들기이죠. 거기서 오는 새로운 희열을 경험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국내 대표적 피아니스트로 많은 팬을 거느린 그는 올 한 해 내내 무척 바빴다. 이 시리즈 말고도 4월부터 3년 일정으로 예술의전당 청소년음악회를 맡아 매달 연주·지휘·해설·구성을 도맡아 진행했고, 지난달 지방 연주만 해도 10회나 있었다. 그는 이제 한숨 돌리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내년도 바쁘게 생겼다. 뉴욕 링컨센터 독주회, 일본 삿포로 교향악단·아일랜드 국립향악단 협연 등이 벌써 잡혀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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