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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거품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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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유학 거품 걷힌다

입력
2004.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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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던 초등학교 4학년 이모(11·서울 강남구 역삼동)군은 최근 출국을 포기했다. 경기 안산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회사가 지난달 부도가 났기 때문. 지난해 6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로 단신 유학했던 정모(13·필라델피아 P초등학교 6학년)군은 1년6개월여 만에 한국으로 ‘U턴’했다. 언어장벽으로 적응도 어려웠지만 집안 형편으로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브레이크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년째 급증세를 보이던 해외 출국 초·중·고 유학생 비율이 지난 1년 사이 급격히 둔화, 증가율이 사상 첫 5% 이하를 기록했다. 반면 유학을 떠났다 돌아오는 학생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학 거품이 걷히는 증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일보가 10일 입수한 교육인적자원부의 ‘2003학년도 초·중·고 유학 출국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시도교육청에 ‘국외 교육기관 수학’을 신고한 뒤 유학을 떠난 학생은 총 2만8,346명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부모 중 한 명이 따라가거나 학생 혼자 떠나는 유학이 1만498명으로 가장 많고, 부모의 해외근무에 자녀가 동행하는 경우가 8,823명, 이민에 따른 해외 이주 9,025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3.6%포인트 늘어났지만, 2000년 이래 가장 저조한 증가율로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교육부의 분석이다.

특히 고교생은 4,026명이 유학을 떠나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줄었고, 중학생도 8,056명으로 2002년(7,922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등 중·고생들의 ‘후퇴’가 조기유학생 정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유학생 수의 증가는 조기유학 바람이 본격화 했던 2000년에 4,397명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시발로 2001년 80.7%(7,944명), 2002년 27.5%(1만132명) 등 3년째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기유학 찬바람’이 경기불황으로 유학심리가 위축된 데다, 효과에 대한 ‘환상’이 많이 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불황 탓도 있지만 부작용 등 실패 사례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영어학습에 대한 욕구를 국내에서도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귀국 학생 수는 2000년 6,562명에서 2001년 8,019명, 2002년 8,355명 등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 교육부는 귀국 학생 중 20%정도가 언어 및 가정 문제로 유학 생활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실패한 U턴족(族)’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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