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라는 창을 통해 문명은 누가 선도하며, 그것은 또 어떻게 발전하는가라는 화두에 답을 오롯이 제시하겠다.’ KBS 스페셜 ‘도자기’(연출 윤찬규·신재국, 촬영 김승연, 김관수, 정연두)의 기획의도는 자못 컸다. 12일 6부 ‘문명을 넘어서’를 끝으로 종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도자기를 통한 문명 교류사’라는 차별화 한 아이템을 통해 영국의 BBC나 일본 NHK가 독점해온 고급 다큐멘터리 생산이 한국 방송사에서도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며 그 목표에 근접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도자사를 전공했지만 이렇듯 상세한 역사는 처음 접했다’ ‘도자기를 청동기와 철기와 같은 문명의 키워드로 재해석한 내용에 감탄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도자기’는 ‘이집트 아부심벨의 람세스 2세 신전벽화에는 왜 돌그릇이 등장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 1,800도에서도 녹지않는 내화타일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이르기까지, 인류문명과 교류사를 도자기의 탄생과 유약의 발견을 통한 진화를 통해 풀어간다. 히타이트 유적지, 중국의 진시황릉과 마왕퇴, 경덕진,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 등 전세계 30개 국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와 70개가 넘는 박물관 탐방, 30명에 달하는 석학 인터뷰, 실험을 위해 특별 제작된 가마 등은 이를 소상히 입증하는 장치들이었다.
그러기에 제작진이 들인 시간과 돈은 한국다큐멘터리의 통상적인 제작관념을 넘어선다. 기획 아이디어는 조대현 기획다큐팀장이 10년 전에 내놓은 것. 당시 여건상 제작되지 못했던 ‘도자기’ 프로젝트는 윤찬규 PD가 2002년 2월 본격적인 자료조사에 착수 1년의 공부 끝에 2003년 1월 팀이 구성되면서 본격화 했다. 2개 팀으로 나눠 진행된 촬영은 각각 6개월 이상이 걸렸고, 제작비도 편당 3,000만~4,000만원 선인 일반 다큐멘터리의 5배에 이르는 2억원으로 모두 12억원이 들었다.
그것 말고도 ‘도자기’ 팀이 쏟아 부은 노력은 각별했다. 고증을 거쳐 각 2분 분량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당의 수도 장안과 송의 수도 개봉, 명대 정화의 대함대, 재일 작곡가 양방언이 만든 음악, HD고화질 촬영 등이 작품의 품질을 높였다. 그러나 한국 도자사의 비중이 낮았고, 이야기의 구조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지 못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제작진의 말
"문명사적인 입장에서 접근했고, 자료가 워낙 없는 바람에 고려청자나 조선백자의 탄생과 전파를 세심하게 다루지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별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연출자 윤찬규)
"어느 책이나 문헌에도 나와있지 않은, ‘도자기를 통한 문명교류’라는 새로운 텍스트를 위해 팀원 모두가 6개월간 밤을 새 이야기 구성에 매달렸다. 모든 과정이 시행착오와 전투였다."(작가 김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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