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인터넷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미국에 대해 일본에 압력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0일 보도했다. 휴대전화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손 사장은 일본 정부가 광대역주파수를 배정해주지 않는다면서 "일본 정부는 적이다"라고 선언했다.손 사장은 특히 7~9일 미 연방통신위원회, 무역대표부(USTR) 등을 방문해 "일본 정부의 주파수 할당이 불공평하다고 판단해 이의를 제기했다"며 "미국도 일본의 절차에서 느끼는 문제점을 일본 정부에 지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일본 시장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만큼 미·일 통상협의에서 거론하겠다"고 호응했다.
재팬텔레콤, 케이블 앤 와이어리스(C&W) 일본 법인 등 유선전화업체를 잇달아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 진출을 위해 일본 총무성에 신규 800㎒ 광대역 주파수 대역의 배정을 신청해놓았다. 그러나 총무성은 서비스의 안정적 공급 등을 이유로 기존 사업자인 NTT도코모, KDDI에만 주파수 대역을 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소프트뱅크가 국책은행인 일본채권은행을 인수했다가 장기 경영 약속을 깨고 미국 투자펀드에 매각해버린 적이 있어 불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프트뱅크는 자사가 인터넷 회선과 유선전화 사용료 인하를 선도해 타사들도 따라왔던 것처럼, 세계에서 제일 비싼 수준인 휴대전화 요금도 신규 참여와 경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손 사장은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국민들도 경쟁에 의해 휴대전화 요금이 내려가는 것을 원한다"며 "일본 정부는 적인 만큼 외국에 압력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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