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원래 육체노동자의 유니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에는 주류문화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내포했다가 이후에는 브룩 실즈를 모델로 내세운 캘빈 클라인 광고 같은 데서 쌓인 이미지를 토대로 첨단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유행이 돌고 돌며 바뀌듯, 패션과 유행의 사회적 의미 또한 변한다.‘패션의 문화와 사회사’는 패션이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저자인 다이애너 크레인 펜실베이니아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산업혁명 이후 19~20세기 서구 패션 유행의 흐름을 추적하는데, 패션은 사실상 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분석하기 위한 미끼이다.
‘패션의 민주화’는 19세기 들어 시작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옷이 귀해 대개의 사람들이 평생?단벌로 지냈고, 그래서 스타일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때의 옷은 개인의 사회적 계급과 성별을 드러내는 상징이자, 동시에 귀중한 재산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방직기계 등의 발명 덕분에 19세기에는 의상을 대량으로 생산하게 됐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비로소 상류계급의 전유물로 여겼던 패션이 중류, 노동자 계급까지 ‘톱다운(위에서 아래로)’ 양상으로 확산된다. 계급적 조건이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 사회에서 낮은 신분 집단들이 상류계급을 모방하려는 욕구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20세기에는 계급과 성별(性別) 이외에도 연령 성적성향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사회계층이 세분화하고, 사람들이 무엇을 입는가도 계급문화보다 소비자문화에 의해 결정된다. 유행을 주도하는 스타일족이 길거리패션에도 존재하는 등 ‘보텀업(아래에서 위로)’ 방식이 특징적이다. TV 영화 스포츠 등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유행의 전파속도는 빠르다. 이 책은 난삽한 번역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패션의 변천을 매개로 19세기 산업사회와 20세기 후기산업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진지하게 제시해준다.
첨단유행의 보고서라고 할 ‘보그’‘바자’ 같은 패션잡지를 보다 보면 유행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잡지 속 모델들에 대한 환상이 마음 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특히 광고 혹은 화보로 쏟아지는 패션사진은 그 자체로도 예술의 경지인데다가 환상적 이미지로 욕망을 극대화한다. 이선재 숙명여대 의류학과 교수와 패션전문지 기자 출신의 고영림씨가 쓴 ‘패션 사진, 문화와 욕망을 읽는다’는 패션사진에 담긴, 인간의 욕망을 분석한다. 패션사진의 창시자인 세실 베통부터 만 레이, 기 부르뎅을 거쳐 요즘 맹활약하는 위르겐 텔러까지 패션사진 거장의 작품경향을 소개했다. 특히 극단적인 섹슈얼리즘 패션사진으로 유명한 헬무트 뉴튼의 작품이 상당수 실려 있어 눈이 호강하는 책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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