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철우(사진) 의원은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 주체사상 책도 읽었고 이를 적용해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한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감옥에서 4년을 보내면서 주체사상 논거는 다 버렸다"고 밝혔다.이 의원은 그 이유에 대해 "주체사상은 우리 사회를 바꿀 현실적인 힘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금 북한은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에 비해 열등한데 무얼 배우겠냐"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가입한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이 노동당과 관계됐다는 것은 안기부의 조작"이라고 말했다.
_노동당 입당 간첩으로 공격 받고 있다. 심경은.
"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당시의 공안세력들이 아직도 온전하고 참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하기 조차 싫은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게 하다니…."
_1심 판결문에 노동당기와 김일성 초상화 아래서 충성맹세를 했다고 기록돼 있는데.
"당시 공안사건 관련 판결문은 안기부 수사기록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었고 할 필요도 없었다. 사회에 나오면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평소 잘 알던 4명 정도를 만났고, 만난 지 3달 만에 잡혔다. 실제 한 일은 거의 없었다."
_재판정에서 부인했나.
"물론이다. 노동당 가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 가입단체 이름도 몰랐고 민해전이라는 이름도 92년 9월 남산 안기부 조사실에서 처음 들었다."
_수사는 어땠나.
"남산 안기부 지하 조사실에서 20일 조사받았다. 고문도 엄청 받았다. 모진 고문과 강압에 의해 작성됐던 조사 기록이 그대로 검찰로 넘어갔다."
_고문은 어떤 것이었나.
"일단 잠을 안 재웠다. 처음 들어가 무조건 맞았다. 몇 명이 둘러싸 구타했다. 그런 다음 군복으로 갈아 입히고 검정 고무신을 신겼다. 그러면 완전히 무장해제된 한 마리 짐승이 되는 듯 했다. 죽음의 공포가 생긴다. 어떻게 하면 여기를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밖에 안든다."
_민해전이 남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법정에서 노동당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지만 허사였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남조선노동당이라는 단어는 안기부에 끌려가서 처음 들었다."
_법원이 압수한 노동당기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등은 어떻게 된것이냐.
"조사관들이 경기 포천 집을 압수수색해서 나왔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사실여부를 알수도 없었다. 그들의 강요대로 진술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_주체사상에 대한 생각은.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 주체사상 책도 읽었다. 사회를 바꿔보려고 노력도 해봤다. 당시에는 우리의 철학이 빈곤했었다. 그러나 구치소로 옮겨지면서 주체사상 논거를 다 버렸다. 구치소 안에서 사서삼경 등 동양학과 한의학 책에 심취했다."
_주체사상을 왜 버렸나.
"북한과의 체제 경쟁은 이미 다 끝나지 않았나. 그 체제는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에 비해 열등한 것이 드러났는데 무얼 배우겠나. 우리가 오히려 도와줘야 할 상황이 아닌가."
_전향한 것이냐.
"내가 뭐 전향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의 일을 한 것은 아니다. 4년 복역 후 출소해서 나는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신앙을 가르쳤다. 그리고 출마하면서 발가벗겨져 심판을 받았다. 당선 후 좌파로 기울었던 젊은 시절을 고려, 나와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모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에도 들어갔다. 나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어느 누구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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