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여관에서 투숙객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여관 종업원이 유족들의 소송 끝에 의사자(義死者)로 인정받았다.서울고법 특별7부(오세빈 부장판사)는 10일 2002년 5월 경남 마산의 마도장 여관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에서 사망한 종업원 권오남(당시 50세·여)씨의 유가족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자불인정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주로 청소를 하면서 여관 관리 보조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무릅쓰고 투숙객을 대피시킬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데도 일일이 투숙객을 대피시키다 사망한 것은 의사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야간 청소를 위해 남아 있던 권씨는 새벽 3시께 여관 건물 2층에서 화재가 발생, 유독가스가 여관으로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고 객실 방문을 두드리며 투숙객들을 깨워 대피시켰으나 자신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권씨의 구조 활동으로 20여명의 투숙객 중 사망자는 8명에 그칠 수 있었다.
사고 이후 유족들은 보건복지부에 권씨를 의사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권씨의 행동이 ‘여관 종업원으로서 당연한 직무 행위’라는 이유로 거부했고 1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