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태권도공원 우리품에"/ 지자체 '올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태권도공원 우리품에"/ 지자체 '올인'

입력
2004.12.11 00:00
0 0

폭풍 전야의 고요처럼 지금 전국 지자체들을 몸살나게 하고 있는 것은 ‘세계 태권도 공원’(가칭) 유치 문제다. 태권도공원은 2013년까지 10년간 1,644억원을 투자해 70만평 부지에 태권도 종주국의 성지를 만드는 사업. 공원 유치 신청 지자체 17곳에 대한 1차 후보지 선정 결과가 내주초쯤 나온다. 1차 후보지 5~7곳은 다시 현장실사를 거쳐 연내로 최종 입지를 가리게 된다.태권도공원 유치가 일부 지자체들에게 ‘사활이 걸린 한판 승부’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 엄청난 파급효과 때문이다. 세계 태권도 인구는 178개국 6,000만명, 태권도공원이 설립되면 연간 250만명의 태권도인과 가족이 한국을 찾는다는 예상이다. 그들이 태권도공원에 가져다줄 부가가치는 대략 연간 3조원 이상. 종업원 100명에 연매출 200억원인 공장 150개를 한꺼번에 짓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는 사업에 유치 신청 지자체들 중에서도 부산 기장군, 경북 경주시, 전북 무주군, 충북 진천군 등은 ‘올 인’하다시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 부산 기장군은 장안읍 기룡리 일대 103만평을 부지로 확보했다. 기장군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타 경쟁지역에 비해 탁월한 접근성, 기존 관광·경제 인프라와의 연계에 의한 시너지 효과 창출이다.

또 호국무술 선무도의 본산인 범어사, 신라 화랑의 무술연마 도량인 장안사가 위치해 있다는 점 등 지역과 태권도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장군은 11월 15일 태권도공원 추진위원회 현지실사를 통해 접근성, 기반시설, 자연환경, 관광자원 등 평가항목에서 타 후보지에 비해 앞섰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한껏 고무돼 최종 실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성태(56) 부산태권도협회장은 "태권도공원은 무엇보다 국제공항 등 접근성과 자연경관, 전통문화, 관광 및 산업인프라 등을 갖춰야 한다"며 "기장은 태권도공원 입지로 전국 최적"이라고 말했다.

◆ 경북 경주시는 "경주야말로 태권도의 성지"라고 강조하면서 시민 전체가 공원 유치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제왕운기’ 등 고문헌에서부터 석굴암 금강역사상 등 유물까지 경주와 태권도의 관계를 강조한다.

경주시는 8월말 지역 90개 민간단체가 참여한 범시민유치위원회를 구성해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각계에 전달했다. 지역 태권도인들은 국토순례단을 구성해 9월4일부터 34일간 전국 848㎞를 도보행진하기도 했다. 경주시는 "정부가 태권도의 역사성을 배제한 채 정치논리로 특정 지역을 선정할 경우 독자적으로 민자를 유치해 태권도 성지를 조성하겠다"고까지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 전북 무주군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에서의 뼈아픈 실패를 이번만은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태권도공원 유치가 지역 발전의 마지막 기회라며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무주군은 부지로 잡은 설천면 청량리 30만평이 전국 17개 신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돼 개발용이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태권도공원이 무주이어야 하는 10가지 이유’를 담은 홍보책자를 전국에 배포하고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28)을 광고모델로 계약하는 등 홍보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8월에는 미국의 투자개발회사인 윈휠블리언사(Winwheel Bullion)와 태권도공원 조성사업에 5억달러의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김세웅 무주군수는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 충북 진천군은 역사성, 접근성, 부지 이용의 효율성 등 모든 면에서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다며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유치위원회 김억수(66·진천문화원장) 위원장은 "진천은 태권도의 원류인 화랑도 정신이 발원한 곳"이라며 "청주국제공항이 인접해있고 중부, 경부, 동서고속도로가 관통하는 사통팔달의 고장이어서 국내외 관광객이 찾기 편리한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회 진천군수는 "대다수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태권도공원 유치를 부르짖고 있지만 우리는 태권도의 역사와 문화, 교육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 인천 강화군은 실사결과가 긍정적이었다는 자체 평가 아래 1차 후보지 선정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태권도공원의 성공과 수익성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이질화된 남북한 태권도 통합을 위해서도 통일시대 전략적 교두보인 강화군이 최적지"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춘천 원주 강릉 3개 시가 신청했다. 도민들은 "3개 시 중 한 곳이 후보지로 선정되면 나머지 2개 시와 강원도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여주, 양주, 포천시와 양평군 4개 지자체가 신청한 경기도는 타 지역처럼 과열 경쟁 분위기는 없는 실정이다.

"태권도공원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광주에 유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광주는 광산구 산정동 광주여대 인근 70만평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여수시는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와 연계해 태권도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국종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