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4년째 동결된 수신료 인상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KBS는 최근 월 2,500원인 수신료를 3,000~6,0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이사회에 보고해 인상 필요성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끌어낸 데 이어,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 재원구조의 공영화 방안’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학계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인상이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동의했으나, KBS에 먼저 공영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강형철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공영방송 재원정책의 이상적인 방향’이란 주제발표에서 "맥킨지가 1999년 전세계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원을 수신료에 의존할수록 공영성이 강하고 민영방송도 영향을 받아 전체 방송문화가 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국내외 연구성과를 소개하면서 "광고에 의존하는 방송은 무수한 경쟁채널 등장으로 인한 광고수익 감소, 제작비 급등 등으로 공적 프로그램 편성이 거의 불가능해진다"면서 "광고 위주의 KBS 재원구조를 수신료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어 현재 수신료를 둘러싼 대립구도에 대해 "‘먼저 공영성을 확보하라’라는 주문과 ‘차라리 이대로(광고 의존)가 좋다’는 부정적 타협에서 벗어나 외부에서는 수신료를 먼저 올리고 공영성 제고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KBS는 공영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광고를 없애고 100% 수신료로 운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광고수익을 최소화하되, 블록광고를 통해 개별 프로그램 시청률과 광고가 연동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TV는 시사·보도, 2TV는 오락 채널로 나누고 2TV에만 광고를 함으로써 공영성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두 채널 모두 광고를 하되, 1TV는 종합채널, 2TV는 새 프로그램 형식을 개발하는 실험채널로 보완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권호영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KBS 재원구조 정상화 방안’ 발표에서 경영효율화 등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는 전제 하에, 수신료를 단기적으로 대폭 인상하고 향후 물가와 연동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는 "월 3,000~3,500원으로 올려도 수신료 비중이 현재 37~40%에서 60%로 오르지만, 재원구조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월 5,000원으로 파격 인상하되 광고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일정부분 광고유지를 주장한 강 교수와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또 수신료 결정절차에 대해 "독일 프랑스처럼 독립기관에서 재정상태를 조사해 인상 시기와 범위를 정하고, 국회가 승인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수신료 인상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KBS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온 한나라당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무엇보다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KBS가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2,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적극 반대 42.8%, 대체로 반대 29.9% 등 응답자의 72.7%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찬성 의견이 12.5%(대체로 11.1%, 매우 1.4%)로, 5년 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는데 의미를 두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올릴 경우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프로그램의 공정성 시비 불식 등도 선결과제로 남아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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