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엔 총회장은 박수 갈채로 떠나갈 듯 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개혁보고서 보고를 마치는 순간 191개국 대표들이 일제히 일어서 1분 가까이 박수를 치며 코피 아난 총장을 격려한 것.(사진)장 팽(가봉) 유엔총회 의장은 "보기 드문 따뜻한 찬사이자 지지와 신뢰의 표현"이라며 "아난 총장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자 영감과 지혜의 원천"이라고 추켜세웠다.
최근 미국의 노골적인 사퇴 압력에 그늘졌던 아난 총장의 얼굴에는 이날 모처럼 환한 웃음꽃이 폈다. 그는 최근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계획’ 부패 의혹에 아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평소 그의 반미 성향을 고깝게 보던 미국은 공화당이 ‘아난 총장 체포’를 거론하면 미 행정부가 의혹 규명과 유엔 분담금 연계를 들먹이는 등 정부와 여당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거센 사임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날 ‘깜짝쇼’는 미국의 행태에 발끈한 다른 회원국 대표들이 아난 총장에 대한 지지를 보이려고 계획한 것이었다. 미국은 최근 퇴임 의사를 밝힌 패트릭 케네디 유엔 주재 대사가 박수 대열에 동참해 더 머쓱하게 됐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단순한 존경 표시"라고 깎아 내리며 불편한 속을 달랬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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