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연 14일간 순매도를 지속하며 1조3,000억원 가량을 빼내갔다.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동결이 발표되고 선물옵션 만기일까지 겹친 9일에는 하루 만에 현물 4,300여억원, 선물 8,300여 계약을 대량 순매도했다.외국인들이 주식을 꾸준히 팔아 치우면서 거래소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4월 44%에서 이달 초 42%로 크게 줄었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비중은 60%에서 53%로 급감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환율 급락과 주가 상승으로 신흥시장 내에서 한국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주요 기업들이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데다 주가 상승으로 가격 매력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원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한 경기전망이 좋지 않고, 원화 강세로 수출마저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들의 주식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추가 순매도 규모가 최대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의 최대 매도 규모가 5조5,000억원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그 때만큼 글로벌경기 여건이 암울하지 않고 외국인이 선호하는 대표종목 주가도 크게 떨어진 만큼, 외국인의 총 매도 규모는 대략 5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올들어 이미 2조8,000억원을 매도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앞으로 나올 수 있는 매도 규모는 2조2,000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매도 요인을 환율과 내수부진으로 본 뒤, "원화강세 기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오히려 외국인들의 환차익 실현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수출기업의 4분기 이익이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년 1월 말 4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드러날 때까지는 매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직 소수이긴 하나 외국인 매도세가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한국관련 펀드 흐름을 보면 자금의 이탈보다는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어 외국인 매도를 본격적인 차익 실현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포함된 신흥시장펀드와 아시아태평양펀드로 10월 이후 9주 연속 각각 284억 달러와 47억 달러의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2001년 이후 외국인 순매매와 펀드 자금 흐름상의 상관관계(0.78)는 매우 높다"며 "적어도 자금 유출을 의미하는 매도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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