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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폭락 주춤 바닥쳤나

입력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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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의 추락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의 폭락도 주춤해지면서 균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내린 1,055.5원으로 마감됐다. 전날 17원이나 폭등했던 기세는 이어가지 못했으나, 별다른 개입 없이도 1,050원 벽은 지켜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1달러=1,000원’ 붕괴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였지만, 금주 후반들어 분위기는 급반전되는 양상이다.

박 승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이제 균형점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수출업체들이 2년후 받을 달러까지 미리 앞당겨 시장에 내놓는 등 과열양상을 보였지만 이제 시장에 나올 물량은 나올 만큼 다 나온 것 같다. 앞으론 정유사 등의 달러결제(매입) 수요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안정에 자신감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조정양상을 보이는 것은 일차적으로 달러화 자체가 국제외환시장에서 초(超)약세 행진을 멈췄기 때문이다. 한때 102엔까지 무너졌던 엔·달러 환율은 103엔 회복에 이어 9일 도쿄시장에서 104엔까지 치고 올라왔다. 엔화보다 훨씬 가파르게 치솟았던 유로 환율도 1.32달러대로 후퇴했다. 시장엔 ‘당장은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주춤해진 것은 ▦일본실물경제 부진에 따른 개입가능성 증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지연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데 따른 것이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일본경제가 회복세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달 중순 예정된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곤두박질치던 달러화도 다시 힘을 받는 모습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그동안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조정심리가 발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은 바닥을 확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달러약세를 불러온 미국의 쌍둥이(재정+경상)적자는 그대로인 만큼, 미국이 갑작스레 강(强)달러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기본흐름은 위쪽 아닌 아래쪽이란 지적이다.

다만 1,000원 붕괴는 심리적 충격이 워낙 커 쉽게 ‘세자리수 환율시대’가 열리기는 어려울 전망. 시장은 당분간 1,040~1,080원의 박스권을 예상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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