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혁명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징후에 관여하며, 반혁명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에 관여한다’던가. 소설가 이호철(72)씨는, 한 시인의 이 표현을 빌자면, 1955년 등단 이래 작가살이 50년 동안 오직 ‘반통일’의 상처에 고집스레 ‘관여’해온 작가다.그가 연작소설 ‘남녘사람 북녁사람’과 단편집 ‘판문점’의 영어판 ‘Southerners, Northerners(사진)’와 ‘Panmunjom and Other Stories by Lee Ho-Chol’을 들고 태평양을 건넌 게 지난 달 30일. 그간 그는 뉴욕과 포틀랜드 시애틀에서 미국 독자들을 만나왔고, 현재 샌프란시스코 버클리대학 출판기념회에 이어 LA 한국문화원 행사(16일)를 준비중이다.
‘남녘사람…’은, 열 여덟 살 나이로 인민군에 징집돼 동족간의 전쟁에 참전했다가 유엔군 포로가 됐던 그의 체험을 토대로 한 작품으로, 이스트브리지출판사가 펴내 이 달 초 미국 서점가에 배포됐다. 일전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이호철 문학’의 당대성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8·15 해방 전 부산과 신의주를 오가고, 만주를 넘어 러시아까지 갈 수 있던 ‘통일 한국’의 당위성이죠. 전쟁의 고통과 분단의 실상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며 그 속에서 통일의 길을, 그 당위를 찾자는 것입니다."
그의 이번 미국 행장도 같은 맥락이다. 작가로서 사적인 욕심이 어찌 없을까만, 그의 미국 출판기념회와 그를 통한 문학적 야심은 이런 저런 상(賞)의 성취를 넘어 역사의 경계로 나아가고 있다. "저의 문학은 인본주의에 근거합니다. 국경 없는 인본의 토대에서 전쟁과 분단을 해석하고, 서로 통일을 이야기하자는 것이지요."
그의 작품은 이미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멕시코 폴란드 등지에서 번역 출간된 바 있다. 그 이야기의 불씨를 여러 곳에 퍼뜨려 장쾌한 불무리로 이루겠다는 것이 그의 꿈인데, 그 불씨는 우리 문학의 우수성을 인정 받는 일이기도 함은 당연하다. 그는 LA 행사를 끝으로 이번 일정을 매듭짓고 이 달 중순께 귀국할 예정이다. 하지만, 데뷔작인 단편소설 ‘탈향(脫鄕)’으로 시작된 그의 문학행로가 ‘귀향(歸鄕)’에 이르기 까지 그는 신발끈을 풀지 않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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