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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감기는 애정결핍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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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감기는 애정결핍 현상"

입력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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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기가 유행이다. 누군가 내게 감기는 ‘애정의 결핍현상’이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얼핏 근거없는 말처럼 들리지만 감기란 것이 결국 자기 몸에 대한 애정과 관리소홀로 빚어진 결과란 생각을 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기도 하다.사람은 본성적으로 자기애(自己愛)를 갖고 있다.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받길 원하며 살아간다. 이 말은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의 존재 역시 사랑하고 인정하며 살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과거보다 훨씬 자기중심적으로 쓰는데 익숙해져 있다.

생떽쥐페리는 "사랑은 서로를 마주보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데 있다"고 했다. 서로를 마주볼 때 사람은 상대 안에서 사랑받고 사랑하는 자신을 바라보게 마련이고, 사랑하고 있는 내 자신과 내 사랑에 대한 확신이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헤아리는 일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사랑은 본래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대로 상대를 소유하거나 집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끔, 더 나아가서는 상대가 더욱 성숙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요즘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사랑보다는 자기애의 매력에 더 빠져 있는 듯싶다. 종교가 이타적인 삶의 가치와 윤리적 필요성을 아무리 역설해도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미성숙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근래 사랑의 상업화 속에서 가정해체나 이혼의 급증, 나아가 사회나 정치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기애의 결과들은 결국 내 지평에 갇혀 세상을 우물안 개구리로 바라보고 있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군상이 아닐까.

송용민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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