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유럽순방 귀국 길에 이라크 자이툰부대를 전격 방문한 것에 많은 국민이 놀라면서도 대체로 좋은 일로 반기는 분위기다. 복잡한 국내외 정치적 의미를 헤아리기에 앞서, 위험한 해외 전장에 내보낸 젊은 장병들을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얼싸안고 격려하는 모습이 우선 흐뭇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점에서 대통령의 쉽지 않았을 결단을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한다.우리는 베트남전 이후 최대규모 해외파병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고려에 치우쳐 제대로 된 환송조차 베풀지 않았다. 테러위험 때문에 출발 때부터 보안을 고려한 것이라지만 파병반대를 의식한 핑계 성격이 짙었다. 그 뒤 국민은 자이툰부대의 현지 안착 소식을 들었을 뿐, 3,000여 장병이 어떤 위험 속에서 얼마나 값진 평화재건 임무를 수행하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고 지냈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외면한 것이다.
대통령의 자이툰 위문은 이렇게 파병 찬반을 떠나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마음의 빚을 뒤늦게 일부나마 갚는 것으로 보고 싶다. 국회가 파병 연장안 처리를 앞둔 시점에 여론을 좋게 이끌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파병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수용한 터에 크게 주목할 것은 아니다.
다만 파병국 가운데도 드문 대통령의 현지 격려방문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적극 협조, 북핵문제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노력이란 설명과 평가는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파병 때도 그런 명분을 내세웠으나 북핵문제의 현실에 비춰 실제 얼마나 도움됐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볼 때 유럽에서 대미 자주적 발언을 쏟아낸 대통령이 곧장 돌아서서 깜짝 놀랄만한 대미 우호 제스처를 한다고 해서 미국까지 감동할지 궁금하다. 자칫 우리끼리 치하하고 기대를 키울 뿐, 국가의 대외적 처신이 일관되고 안정되지 못한 것으로 비칠 것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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