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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논쟁' 물꼬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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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논쟁' 물꼬 터지나

입력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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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금기’로 여겨졌던 대마초 합법화 논쟁이 열린 공간에서 본격 시작됐다.‘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문화 예술인’ 112명이 9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배우 김부선(본명 김근희·42·여)씨가 대마를 마약으로 분류하고 있는 현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이 행복추구권, 평등권,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10월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선언문에는 영화감독 김기덕 박찬욱 송해성 이현승 장선우씨, 탤런트 지진희 홍석천 이희도씨, 가수 신해철 전인권씨, 여성운동가 임수경씨 등이 서명했다. 여기에 일부 중앙일간지 기자들까지 가세했다. 이들이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대마는 마약이 아니라는 것 ▦처벌을 받는 것 외에 사회적으로 매장 당하는 이중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 등 두 가지다.

◆ 마약인가 기호품인가? 이들은 대마는 담배나 알코올보다 중독성이 훨씬 낮다고 주장한다. 미 국립약물중독연구소가 1994년 낸 자료에 따르면 대마초는 의존성, 금단성, 내성, 강화성, 독성 등 5가지가 모두 니코틴이나 알코올보다 월등하게 덜 해로운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 특히 의존성, 금단성, 내성은 카페인보다도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1998년 유엔마약위원회 통계에서도 담배로 인한 사망자 수는 연간 43만700명, 술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만643명인데 대마초 흡연으로 인한 사망은 단 한명도 없었다.

가수 전인권씨는 "나는 30년간 대마를 피웠지만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설령 합법화가 불가능하다면 벌금형 정도로 처벌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네덜란드는 소량의 대마초를 사용하거나 소지하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또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는 대마초를 단속하더라도 징역형으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보수적인 영국도 대마초를 우울증 치료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부도덕한 집단인가? 이들은 또 마약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문화예술계가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집단으로 낙인 찍히는 등 희생물이 돼 왔다고 주장했다.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1989년 처음으로 대마를 피운 혐의로 8개월 실형선고를 받을 당시 마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사회적으로 몰매를 맞고 퇴폐범으로 찍혀 가족마저 주위로부터 무슨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았다"며 "피해자가 없는 데도 국가적으로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김부선씨의 위헌심판제청이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정당한 문제 제기라는 점, 문화적 권리를 찾기 위한 개인의 적극적 노력이라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필로폰 투여자들이 처음에는 대마초부터 시작한다"며 "대마초에 내성이 생기면 점점 강도 높은 마약을 찾게 되므로 처음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대검찰청도 이날 즉각 반박문을 내고 "대마는 암 유발 물질을 담배보다 훨씬 많이 함유하고 있고 다량 섭취할 경우 심장마비, 뇌세포 및 면역체계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제, "일단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급속도로 전파돼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영윤기자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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