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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1야당 다운 모습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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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1야당 다운 모습 보여라

입력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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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은 간첩"이라고 폭로하며 기세등등했던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하루가 지나자 맥이 빠진 게 역연했다. 전날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고 "잘못 건드린 것 아니냐"는 등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우리당이 매시간마다 대책회의를 열어 "냉전수구 세력의 백색테러" 등 극단적 표현으로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한나라당 의원 3명을 제명하겠다"고까지 나오는 데도 한나라당의 대응은 무력했다. 고작 이 의원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냈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우리당이 이 의원의 간첩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문을 공개하자 오후에야 1·2심 판결문을 뒤늦게 내밀며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대느라 안간힘을 썼다.

당 안팎에선 한 언론의 보도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점에 비판이 쏟아졌다. 폭로에 나섰던 한 의원은 "보도를 보는 순간 감으로 그 내용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무런 사실관계 확인 없이 ‘감으로’ 폭로를 했다니 어처구니 없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무책임한 폭로를 위해 부여된 게 아니다. 당지도부도 이런 폭로가 나올지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면서도 방관했다면 한심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물론 우리당이 이 의원에게 불리한 판결문 부분을 고의로 빠뜨린 점 등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화려한 버섯일수록 독이 많다는 경구처럼 한나라당이 겉만 보고 급하게 독버섯을 삼키는 바람에 도덕성도, 여론도 잃고 있는 느낌이다. 동료 의원을 간첩으로 몰아 붙이기 전에 확인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한나라당에겐 두고 두고 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책임정당이야 말로 제대로 된 제1야당의 모습일 것이다.

권혁범 정치부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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