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엔 이래도 이곳이 전국 최고의 상설할인점 타운입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전철 분당선 오리역에서부터 용인시 죽전동 죽전사거리까지의 성남대로변. 국내외 유명 의류 메이커들의 간판이 건물 외벽을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죽전 아울렛 거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평일 낮 시간인데도 승용차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서울 차량은 물론, 충북 충남 대구 차량들도 눈에 띈다. "다른 지역 상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곳에 있으면 불황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을 거예요." 이곳 아울렛(outlet·상설 할인 판매점) 거리에 제일 먼저 매장을 열어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장선(50)씨는 "주말에는 손님이 너무 많아 쇼핑하기 불편하니 월, 화요일을 이용해 달라"고 당부까지 한다.
이 거리가 패션 아울렛 거리로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97년 여름 무렵. 장씨가 단층 건물의 부동산 점포 2개를 빌려 처음 ‘휠라’ 매장을 열었다.
당시 이곳은 분당신도시 경계 밖이어서 비포장 도로에다 주변에는 바로 논밭이 이어져 풍경이 황량하기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본사에서 이미지 나빠진다고 상설할인점을 내줄 수 없다고 거절했을까.
하지만 장씨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앞으로 한국도 넓은 주차장을 갖춘 교외의 아울렛 매장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3개월만이라도 장사를 하게 해달라"고 졸라 점포를 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분당 용인 수원 일대 주부들이 하나둘 찾아왔고 이들은 이내 단골이 됐으며, 입소문은 퍼져나갔다. 장씨는 개업 3개월만에 IMF사태를 맞았지만 다시 3개월만에 원래 매출 수준을 회복했다.
장씨의 매장이 전국 휠라 매장의 매출액 순위 1,2위를 다투는 모습을 본 상인들이 뒤질세라 몰려들었다. 그렇게 늘어난 점포 수가 현재는 무려 220여개에 달한다. 큰 단지 형태의 점포만 8개. 현재도 곳곳에서 신축공사가 진행중이다. 아울렛 거리의 원조 격인 서울 문정동 거리를 규모 면에서 넘어선지는 오래, 이제는 죽전 아울렛 거리 사람들이 평택 광주광역시 등에 새로운 아울렛 거리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의 권리금은 3억원 안팎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매물로 나와 있는 매장도 거의 없다. 지금이 IMF사태 당시보다 더한 불황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딴세상 같다. ‘컬렉티드’ 타운의 조성균(40) 팀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15∼20% 늘었다"고 자랑했다.
트루젠 매장의 최옥연(38)씨는 "이곳에 입점한 점포들은 매출액에서 전국 톱클래스라고 봐야 한다"면서 "인기가 떨어진 브랜드가 나타나면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브랜드 본사에서 자사 브랜드 매장을 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팔리는 유명 의류들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이월상품이다 보니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다는 게 흠이지만 그것도 주문하고 며칠 기다리는 불편만 감수한다면 구입할 수 있다. 요즘은 신상품도 많이 취급한다.
서울 잠실에서 친구들과 온 주부 김명희(38)씨는 "남편과 아이들의 옷을 이곳에서 구입한다"면서 "백화점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에다 품질은 뒤지지 않아 자꾸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작용한다. 덩치가 큰 타운일수록 장사가 잘되고 소규모 타운은 매출액이 떨어지고 브랜드들도 자주 바뀐다. 후발 주자일수록 인지도가 떨어지는 브랜드를 취급해야 하므로 고전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일부 상인회를 중심으로 아예 이곳을 관광특구화하자는 새로운 청사진도 마련되고 있다. 우선 각 단지별로 구성된 상인회를 통합상인회로 격상시키고 용인시와 협의, 이곳을 관광특구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에버랜드 등 인근 관광지와 연계해 관광버스 단위로 고객을 유치하면 동대문시장처럼 전국적 매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상인들은 "이곳이 성공하면서 전국 곳곳에 아울렛 타운이 조성되고 있다"면서 "아울렛 타운도 앞으로는 각 지역별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게 뻔해 각 타운마다 고유한 장점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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