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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기살아"

입력
2004.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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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경질설, 대사직 외부인사 채용 확대 방침 등이 맞물려 풀이 죽어있던 외교부의 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유럽 순방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이번 방문 외교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면서 외교부를 배려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공항 도착 직후 출영객들에게 "밖에 나가보니 외교부가 고생하고 있더라. 외교부를 많이 도와줘라. 필요한 곳에는 공관도 설치하고, 직원들도 증원해주라"고 말했다. 고무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간부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외교부는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미국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계기로 불거져 나온 외교부 대폭 물갈이설이 누그러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사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반기문 장관이 주미대사로 옮기고, 최영진 현 차관이 유엔대사로 나간다는 등의 소문이 난무했다. 당시 외교부의 한 간부는 "반 장관의 주미대사 기용설은 기와집 지붕을 뜯어 초가집 지붕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한참 잘못된 발상"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소문들은 대사직의 외부 채용 확대로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해야 하는 집안 사정과 맞물리면서, 노 대통령이 다음 개각에서 외교부내 인맥에 얽매이지 않는 외부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 ‘인사태풍’을 주도케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따라서 대통령의 발언은 반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또한 최 차관도 이동하지 않고 내년 상반기까지 인사 혁신 작업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외교부 수뇌 교체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 중의 하나인 한승주 주미 대사의 거취는 유임설과 교체설이 절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뒤숭숭한 외교부 분위기가 잠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사혁신의 최대 타깃인 외교부가 ‘인사 태풍’을 조용히 넘을 수는 없을 듯하다.‘대사직 2회 제한’ 규정으로 고참 외교관 상당수는 내년 상반기 중 외교부를 떠나야 하는 현실은 되돌릴 수 없는 대세이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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