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많은 항공 마일리지를 쌓은 재벌 총수는 누구일까.재계에선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올해의 ‘출장왕’으로 꼽는 데 인색하지 않다.
그는 올해 중국, 미국, 일본, 인도, 몽골, 러시아, 프랑스, 슬로바키아 등 무려 11차례 해외 출장을 나갔다. 7일도 중국행 비행기를 탄 그는 8일 베이징현대기차 생산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오후에는 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치산 베이징시장 등과 만나 협조를 구했다.
정 회장의 방중은 올해 들어 5월, 9월에 이어 세 번째다. 그만큼 중국 시장에 쏟는 애정이 각별한 셈이다. 그는 내년 3월 준공될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6월과 11월 2차례 방문했다. 3월에는 슬로바키아와 인도를, 7월에는 몽골, 9월에는 러시아와 프랑스, 지난달엔 일본에 가는 등 세계의 경영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해외 출장이 이처럼 잦은 것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서다
정 회장이 올해 한보철강 인수 및 고로 사업 진출을 선언하게 된 배경에는 발로 뛴 해외 출장에서 얻은 정보가 큰 힘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용 강판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올해 정 회장이 한보철강을 인수하고 고로 사업 진출까지 선언한 것은 정확한 정보에 의거해 앞을 내다 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포스코에 자동차용 강판의 안정적 공급을 요청했고, 자동차용 냉연 강판의 공급부족으로 닛산자동차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일어났다.
재계도 정 회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SK를 제치고 재계 랭킹 3위에 오른 데 이어 LG와 GS가 정식으로 분리될 경우 삼성에 이어 명실상부한 2위(자산규모 기준)에 오를 전망이다. 한보철강 인수와 GE캐피탈로부터의 대규모 투자 유치, 계열사 실적이 크게 오른 덕분이다. 최근 상장주식 평가액에서는 정 회장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앞지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그룹의 승승장구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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