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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영화 '레모니 스니켓' 짐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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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세상/ 영화 '레모니 스니켓' 짐 캐리

입력
2004.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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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이름 없는 코미디클럽에서 연기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무명의 짐 캐리(42)의 주머니에는 늘 1,000만 달러 짜리 가계수표가 들어 있었다. 은행계좌에 1,000만 달러라는 거금이 있을 리 없으니 수표는 종이 조각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는 부적과 같은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제 편당 2,500만 달러가 넘는 개런티를 보장 받는 영화배우 짐 캐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미국 LA의 윌셔 그랜드호텔에서 5일 열린 영화 ‘레모니 스니켓: 위험한 대결’ 기자회견장에서 90년대 이후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손꼽히는 배우 짐 캐리를 만났다. ‘마스크’ 등 그의 대표작에서 봤던 과장된 얼굴은 마치 ‘할리우드’라는 옷장에서 꺼낸 가면을 쓴 모습인 듯했다. 그냥 짐 캐리의 모습은 말하자면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막 이민 온 초등학생’처럼 천진난만했다.

‘레모니 스니켓’은 미국에서 장장 600주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해리포터’ 시리즈가 세운 기록을 갈아 치운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조카들의 상속 재산을 빼앗기 위해 온갖 나쁜 짓을 서슴지 않는 기괴한 분위기의 올라프 백작 역을 맡았다.

정통 코미디도 아니고, '트루먼 쇼’ 같이 드라마 성격의 영화도 아니지만 ‘레모니 스니켓’은 그에게는 분명 연기 변신이었다. "내가 얼마나 다르게 보일 수 있는지 실험한 영화"라고 그는 평했다.

영화 속 그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세 조카 뒤를 끊임없이 따라 다닌다. 영화를 촬영하는 6개월 동안 그는 머리를 빡빡 밀어야 했고, 때로는 눈썹까지 깎아야 했다. "괴물처럼 보이는 게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여전히 나에요." ‘나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한쪽 눈을 찡그리며 지어 보이는 특유의 코믹한 표정, 역시 익숙한 짐 캐리의 모습이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였죠. 친척들이 집에 놀러 오면 밖에 있다가도 들어 왔어요. ‘짐, 좀 웃겨봐라’는 가족들의 주문에 가끔 노예가 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짐 캐리는 코미디 연기의 힘이 ‘절망’에서 나왔다고 말하곤 했다. 색소폰 연주자였으며, 중년 이후 생계를 위해 회계사로 일했던 그의 아버지는 51세 때, 짐 캐리가 불과 열 여섯 살 되던 해 실직했다. 4남매의 막내였던 그는 학교를 그만 두고 코미디클럽을 전전하며 돈을 벌었다. 남을 웃기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절 병석에 누워 있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침대가 있는 2층에 올라갈 때면, ‘나’는 1층에 놓고 ‘웃기는 나’로 변신하곤 했다"고 말했다.

코믹연기가 지닌 가벼운 느낌 때문인지 그의 연기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 ‘트루먼 쇼’ 때 많은 이들은 혹평했죠. ‘그냥 코미디나 하라’고 말이죠." 그 수많은 비난에 그는 초연한 듯했다. ‘레모니 스니켓’에서의 웃기면서 기괴하고 어두운 올라프 백작 역을 훌륭하게 해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저예산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으로 내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저에 대한 비밀을 두 가지만 말씀 드린다면, 하나는 화가를 꿈꿨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미지와 달리 제가 지독하게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그는 "할리우드는 사람들을 신화화한다"는 말로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강조했다. "저는 웃기는 사람이 절대 아니에요. 못 믿겠지만 저는 집에 조용히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친구들이 클럽 같은데 가서 놀자고 아무리 졸라도 소용이 없죠."

지금까지 두 번 결혼한 그는 첫번째 결혼에서 낳은 17세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 4년 전 정리가 된 르네 젤위거와의 떠들썩한 스캔들도 세인의 뇌리에서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한 그는 "딸 아이와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유머는 반창고와 같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는 있죠. 극장을 찾은 2시간 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그게 저의 할 일이죠."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레모니 스니켓’은 17일 미국 개봉에 이어 12월 2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LA=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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