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일 전격적으로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것은 북핵 문제와 한미동맹 관계, 그리고 국내의 반향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포석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은 우선 이번 방문을 통해 강력한 한미동맹 강화의지를 내보였다는 해석이다. 이라크에 파병했던 상당수 국가가 군을 철수시키는 가운데, 그것도 이라크 정정이 매우 불안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 현지를 방문함으로써 미국이 수행중인 이라크 전에 대한 변함 없는 지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국가의 원수가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경우는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제외하면 노 대통령이 처음이라는 사실도 극적 효과를 더한다.
이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서는 미국의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뒷받침이 없으면 우리의 주도적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 재확인을 통해 북핵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는 게 이라크 방문의 함의라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회부된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의 처리향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노 대통령은 영국 방문 중 BBC와의 회견에서 "우리 국민은 이라크파병을 지지한다"며 "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극도의 보안 속에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 군을 격려하는 ‘깜짝 드라마’를 연출함으로써 국민여론의 호응을 유도하는 효과를 기대했을 법 하다.
자이툰부대가 출국하는 모습을 공개하지 않아 비난이 일었던 점을 감안, 현지 배치완료를 계기로 자이툰부대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국내 보수파의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육군 장성 비리수사로 땅에 떨어진 군사기를 진작시키는 부수적 효과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쿠웨이트=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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