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교실에서 돌림노래를 불렀다. 교실의 절반을 갈라 한쪽이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한 다음 "언제나 같은 시간 똑딱똑딱"할 때 다른 팀이 그제서야 한 소절 늦게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하고 뒤따라 부르는 것이다. 그때만 해도 세상의 모든 시계는 ‘똑딱똑딱’했다.내가 디지털시계를 처음 본 것은 대학을 다니던 70년대 후반이었다. 어느 날 친구가 일제 디지털 시계를 차고 왔다. 똑딱똑딱 하는 소리 대신 1초마다 시계 숫자판의 숫자가 ‘깜빡깜빡’ 변했다. 그리고 다음해 국산 디지털시계가 나왔다. 시계 값이 시골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는 우리들의 한달 하숙비보다 비쌌다. 일반 신문에도 대학신문에도 5단 통광고가 나갔다. 그때 대학신문에 실린 그 시계의 광고 카피가 이랬다. "가슴엔 젊음, 왼손엔 컴퓨터."
컴퓨터가 아직 무언지도 모르던 때, 그 컴퓨터를 왼손에 차고 다니던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 앞 술집에서도 전당포에서도 디지털시계라면 대환영이었다. 그러나 그 위세가 10년도 못 가 86, 88때 길거리에서 단돈 1,000원에 팔리던 디지털시계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계는 역시 바늘을 가지고 ‘똑딱똑딱’ 가야 시계다워 보인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