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동방계획’, 극비 중의 극비…첫째도 보안, 둘째도 보안이다."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르빌 자이툰부대 방문을 ‘동방계획’으로 명명하고 극비리에 추진했다. 이라크 정정이 워낙 불안하고 저항세력의 첩자들이 이라크 정부 내에 침투해 있기 때문에 NSC는 전격성과 보안성에 작전의 초점을 맞추었다.
‘동방계획’은 노 대통령이 남미와 아태경제협력체(APEC)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달 25일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사무차장 등 NSC 고위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유럽 순방 후 귀국 길에 아르빌을 방문, 자이툰부대 장병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참석자들이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노 대통령은 "실무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곧바로 NSC는 합참과 외교부, 경호실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 비밀작전에 돌입했다. NSC는 27일 노 대통령에 1차 검토결과를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 보고서를 정독하고 나서 "철저히 준비를 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아르빌을 방문, 자이툰부대를 격려하는 ‘동방계획’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NSC는 정식으로 준비팀을 구성, 은밀하게 실무준비를 진행했다.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장관 등 NSC 상임위원들에게도 이 계획은 보고됐다.
‘동방계획’의 초점은 노 대통령이 프랑스를 출국하는 8일 새벽 4시(한국 시간)부터 서울에 도착하는 9일 아침 5시30분까지 25시간30분 동안에 맞춰졌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위외교 채널을 가동, 미국 정부에 계획을 통보했으며 그 후 합참본부장이 현지 다국적군 사령부에 다시 통보했다.
도상 작전은 완벽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었다. 노 대통령이 출국하기 며칠 전인 12월 초 합참과 NS C, 경호실, 홍보수석실 요원 등 실무요원들이 현지로 급파됐다. 하지만 극도의 보안이 필요했기 때문에 쿠웨이트 정부에도 계획을 그대로 알리지 않고 ‘쿠웨이트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참석한다’는 식으로만 통보했다.
당초 프랑스 방문을 마치고 바로 아르빌로 직행하는 방안이 검토됐었다. 그러나 아르빌 공항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보잉 747 점보기가 착륙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쿠웨이트가 경유지로 최종 결정됐다.
하지만 문제가 또 있었다. 아르빌 공항은 야간 관제시설이 미비, 주간(오전 7시~오후 4시)에만 사용이 가능해 프랑스 출발 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했다. 아침에 아르빌에 도착할 수 있도록 경유지인 쿠웨이트 도착 시간을 새벽 5시께로 맞추었으며 이를 위해 프랑스 상원의장 면담이라는 새로운 일정을 끼워넣어 파리 출발 시간을 4시간 늦춰 오후 8시로 만들었다.
노 대통령의 자이툰부대 방문은 이라크와 쿠웨이트 당국에 사후 통보됐다.
쿠웨이트=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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