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대통령의 전격 발표 노무현 대통령을 태운 특별기가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지 35분 지난 8일 오전 4시35분(이하 한국시간)무렵. 노 대통령이 기자단을 찾았다. 밝은 표정의 노 대통령은 마이크를 잡고 "참 힘들었지요"라며 말문을 열었다.노 대통령은 "이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데 양해의 말씀을 하나 해야겠다"며 잠시 머뭇거리다 "이 비행기가 서울로 바로 가지 못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영문을 모른 기자들의 웅성거림 속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노 대통령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아르빌을 좀 다녀와야겠다"며 자이툰 부대 방문 사실을 알렸다. 노 대통령은 "연말이니 아무래도 제가 가서 장병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자리로 돌아간 뒤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대통령의 안전과 모두의 신변안전을 위해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항으로 돌아올 때까지 절대 외부에 알려선 안 된다"고 요청했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도 "오후 6시까지는 회사에 정보보고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 윤병세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실장은 "전화를 하면 외국정보기관이 100% 감청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아르빌 도착 노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군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중이던 우리 공군 C-130 수송기로 갈아타고 아르빌로 출발했다. 권양숙 여사는 공군기지에서 휴식을 취했다.
노 대통령과 수행단 30여명은 제1 공군기로, 30여명의 공동취재단은 별도 군용기로 아르빌로 향했다. 남은 기자들과 수행원들은 공항에 대기한 특별기 내에서 무려 9시간을 갇혀있어야 했다.
수송기가 이륙한 지 2시간20분 뒤 노 대통령은 장병 3,700명이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에 도착, 장병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지프를 타고 지휘통제실로 이동했다. 짧지만 감동적인 드라마가 시작됐다.
◆ 자이툰 부대 조찬과 격려 노 대통령은 황의돈 자이툰 부대장으로부터 성과를 보고 받고 "여러분들 정말 장하다"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한 부대원이 "대통령이 방문하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자 활짝 웃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장병들과 아침식사를 했다. 노 대통령은 갈비찜, 김치, 감자볶음, 오징어볶음 등 7가지 반찬에 소고기국을 곁들인 메뉴를 직접 식판에 담으며 "이 배추는 서울에서 가져오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또 음식을 너무 많이 담은 듯 "내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렸나 보다. 남기면 안 되는데"라며 장병들과 환담했다.
노 대통령은 식사 후 연설에서 "정말 감사하다. 짧은 만남이지만 지극히 행복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 표정을 보니까 다시 입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만 더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무한히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나는 이익과 명분이 부딪칠 때 이익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며 "명분은 나와 이 시대 사람들의 믿음인데 수단과 방법에서 오류는 있더라도 큰 흐름에서 대의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꼭 대한민국이 성공하도록 저도 벽돌하나 반드시 쌓겠다"며 "믿고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 작별 노 대통령은 조찬을 마친 뒤 황의돈 부대장에게 격려금과 함께 청와대 문양이 새겨진 지갑 등을 장병들 선물로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5중대 내무실도 방문, 장병들을 격려한 데 이어 부대 내 병원 등을 둘러보았다. 노 대통령은 지프차로 병원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 장병이 "대통령님 한번 안고 싶습니다"라며 대열에서 뛰쳐나와 자신을 안고 한바퀴 돌리자 한껏 상기됐다. 노 대통령은 감정이 북받치는 듯 지프 차량에 막 올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살짝 훔치기도 했다.
쿠웨이트=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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