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보수, 수구 보수로는 이제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운동이 최근 전개되고 있는 뉴라이트(new right)운동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는 진보좌파의 선동과 선전에 대항할 이념적 재무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뉴라이트 운동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한나라당의 독특한 이데올로그 중 하나인 홍준표 의원이 지난달 2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의 일부분이다.
최근 ‘자유주의연대’ 등 공개적으로 뉴라이트 운동을 선언하고 나선 집단의 출현에 한나라당이 매우 고무돼 있다. 미국정치에 밝은 한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필자에게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의 이론적 지원이 부시 행정부의 집권에 커다란 밑거름이 됐듯이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권의 활동도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부 세력이 뉴라이트 운동권의 활동에 이처럼 관심과 기대를 보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네티즌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열린우리당에 비해 이미 창발력을 상실한 원로보수그룹과 보수종교집단 외에는 행동력을 갖춘 별다른 ‘자발적 원군’이 없는 한나라당으로서는 패기와 이론을 갖춘 우호적 청년집단의 등장이 ‘천군만마’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네오콘이나 한국의 뉴라이트운동권의 성장배경을 비교해보면 묘하게도 닮은 점이 많다. 뉴라이트 운동권의 주도세력은 자신들이 커밍아웃 했듯이 한때 골수 운동권이었다. 게다가 이들 중 대부분은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던 골수 민족해방(NL) 주사파 출신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네오콘의 대부분은 유대계 서민계층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했다. 이들은 1960년대에 열성 민주당원으로서 민권운동과 반전운동에 헌신했다. 신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한 최초의 인물인 어빙 크리스털의 삶의 궤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때 자신들이 몸담았었기에 진보주의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네오콘들의 혜안은 공화당이 2000년에 2번 연속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데 이어 이번에 조지 W 부시가 연임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하지만 미국의 네오콘처럼 뉴라이트운동권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한 이론적, 물적 토대로 기능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이들은 노무현 정권을 ‘반미 친북’이라고 비난하는 대신 한나라당도 ‘수구 우파’라고 규정했다. 뉴라이트운동권의 한 인사는 "우리는 좌파성향이 두드러진 열린우리당의 대항세력이기도 하지만 ‘꼴통 보수’로 불릴 정도로 시대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온 한나라당의 대안세력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부가 자신들을 마냥 우군세력으로 보는 것은 현재로서는 ‘제논에 물 대기 식’에 다름없는 단견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의 앞날은 뉴라이트운동권과 전략적 연대를 제대로 이뤄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미 뉴라이트운동권이 ‘합리적 자유주의’‘개혁적 보수’를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등 한나라당의 노선과도 분명하게 선을 그은 이상 남은 변수는 한나라당이 이들 쪽으로 다가서느냐의 여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이 당내 강경 보수그룹에 이끌려 날로 퇴행적 행보를 거듭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 만은 않는다.
윤승용 정치부장 aufheb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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