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지도부의 국보법 연내 처리 유보결정을 놓고 시끄럽다. 국보법 폐지론자들은 내분으로 비칠까 대놓고 반발하진 않지만 내부적으론 성토 목소리 일색이다. 일각에선 연내 처리를 공언한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대체입법을 주장하며 폐지론자들과 부딪쳐온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안개모)마저 지도부 책임론을 꺼내는 것도 심상찮다. 노무현 대통령 직계그룹 정도가 지도부를 편들긴 하지만 천정배 원내대표 등은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당에는 지도부의 국회전략 급선회가 대치정국을 풀기는커녕 내부 혼선만 부추겼다는 비판도 적지않다.
가장 강하게 반발한 것은 재야파인 국민정치연구회(국정연)다. 국정연 이사장인 장영달 의원은 8일 "아침에 국정연 소속 등 의원 21명이 급히 만났다"며 "국보법 연내 처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만큼 물리적으로라도 처리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라고 밝혔다. 한 참석 의원은 "당의 입장이 조변석개하듯 바뀌어도 되느냐는 불만과 나머지 개혁 법안 처리도 물 건너 갔다는 우려가 상당했다"며 "어떤 식이든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초 하려던 기자회견은 내주로 연기했다. 지도부가 "한나라당과 협상할 시간을 달라"며 읍소한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국보법 폐지논의를 주도했던 우원식 노영민 정청래 의원 등 초선 강경파 6명은 천 대표를 찾아가 국보법 연내처리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이들도 천 대표를 만난 뒤 접긴 했지만 지도부를 비난하는 성명서까지 준비했었다.
반면 강한 반발이 예상됐던 개혁당 그룹의 참여정치연구회는 개혁입법 연내처리를 위해 노력하자"는 성명서로 대응을 갈음했다. 유기홍 의원은 "지도부 결정에 대해 당은 물론 국민실망이 크다"며 "지도부의 긴급 결정권을 존중하나 기본적으로는 당론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참정연은 이날 모임에서 "우리가 당내 분란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며 대응수위를 낮췄다는 후문이다.
천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정치생명을 걸고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냉랭한 분위기를 돌리진 못했다. 다만 관료출신 모임인 일토삼목회가 전날 긴급 회동한 데 이어 이날은 친노 386세대가 주축인 의정연구센터도 모임을 갖고 지도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천 대표의 급선회 결정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한 문희상 의원이 "당 분위기를 바꿔보라"며 두 모임에 SOS를 쳤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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