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학회가 10, 11일 중앙대에서 여는 후기사회학대회의 큰 주제는 ‘한국의 사회변동과 사회통합’이다. 진보와 보수가 한 치의 타협도 없이 갈려 힘겨루기에 나서고, 국가정책 건건이 의견이 사분오열되는 문제를 짚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김두식 한국사회학회장(대구대 교수)은 "오늘 우리사회는 변화에 대한 욕구와 안정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매우 혼돈스러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갈등과 혼돈을 넘어 화합과 통합을 모색하는 사회학적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은 모두 130여 편. 계급계층과 빈곤문제, 여성 탈북자 등 소수자 문제, 산업노동, 사회발전, 복지 및 사회정책 문제 등 12개 분과로 나누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이 가운데 첫 날 오후 ‘동양사회사상Ⅱ’를 주제로 한 제7분과 유승무(사진) 중앙승가대 교수의 ‘중도와 또 다른 진보의 선순환’이 눈길을 끈다. 우리사회가 자본주의 경제발전논리에 갇혀 더 큰 욕망만 좇고, 사회갈등이 깊어 가는 현상을 치유할 논리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담은 이 논문은 ‘중도’를 표방하는 사회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더욱 주목된다.
유 교수는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더욱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진보 혹은 경제발전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리고 "소수집단의 물질적 이익 이상을 담보해주지 못하는 욕망 추구 가치와 자본주의체제 사이의 인과사슬은 더 이상 선순환이 아니며, 또한 사회적으로 배제된 집단에게 최소한의 욕구충족도 어렵게 했던 전근대적 가치와 전근대적 사회체제 사이의 인과연쇄도 선순환이 아니다"며 "더 많은 인간에게 물질적 이익을 포함해 삶의 행복을 가져다 줄 때 그 인과연쇄를 선순환"이라고 정의했다.
유 교수는 이어 그러한 선순환의 조건으로 삶의 행복을 개념적으로 이해하지 않고 삶의 실천으로 이해해야 하며, 우리가 현실조건 속에서 실천 가능한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조건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며, 그 실천방법은 행위 차원과 구조적 차원에서 동시에 실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위 차원에서는 모든 대립과 집착에서 벗어나는 원리인 불교의 ‘중도적 실천’이, 사회구조적 차원에서는 자본주의적 사회체제와는 다른 사회구성원리를 추구하는 ‘각종 공동체운동이나 세계시민운동’ 등이 이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새로운 사회구성원리로 스웨덴 학자 비요른 헤트네가 제시한 발전이론를 꼽았다. 헤트네는 ▦기능주의의 대안으로 공간적 영토주의 원칙을 ▦표준화된 근대화의 대안으로 문화적 다원주의를 ▦성장주의와 소비주의의 대안으로 생태학적 지속성의 원칙을 표방했다. 유 교수는 이런 원칙에 따를 때 "세계관의 차원에서는 비주류 세계관을, 경제적 차원에서는 교호성의 원리에 따라 경제생활의 제도화를, 마지막으로 정치적 차원에서는 시민중심의 제3의 정치체제를 정치활동의 조건으로 성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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