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날치기 상정이다."(안영근 의원) "한나라당으로 가라."(우원식 의원)7일 오전 10시 국회 146호실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장.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이 적법하게 상정됐음을 애써 강조하며 자축하던 의원들이 술렁거렸다. "엉터리 날치기로 상정해놓고 우리끼리 자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안영근 의원의 돌출 발언때문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뭐가 날치기냐" "뭐하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미친 놈"이라는 욕설도 튀어나왔다. 상당수 의원들은 아예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의총 초반에는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됐다.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 선 천정배 원내대표는 "적법하게 이뤄진 국보법 상정은 역사적·정치적 의미가 아주 크다"고 강조했다. 그간 국보법 폐지안을 둘러싼 여권 내 ‘개혁 후퇴’ 시각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린 듯 천 원내대표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임종인 의원이 전날의 국보법 상정을 "독립운동·민족통일·민주인권 세력이 적자임을 그대로 드러낸 쾌거"라고 자평하면서 의총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임 의원이 "어젯밤 꿈에 신채호 선생이 ‘천정배 잘 했어’라고, 문익환 목사가 ‘최재천 훌륭했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의총장 곳곳에서 박장대소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간사인 안 의원이 마이크를 잡으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안 의원은 국보법 폐지안 상정 시도를 4년 전 민주당 원내부총무였던 천 원내대표가 자민련을 위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 안건을 변칙 처리한 것에 빗대며 ‘날치기’로 규정했다. 의석 곳곳이 술렁거렸지만 안 의원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천 원내대표가 약속한 정기국회 내 국보법 처리가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천 원내대표는 4개 법안 입법과정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사실상 천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재야파인 우원식 의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안영근,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소리치자 안 의원은 "야 임마, 까불고 있어"라고 받아쳤고, 정봉주 김부겸 노현송 이미경 의원 등이 잔뜩 굳은 얼굴로 의총장을 벗어났다.
이 같은 소란은 의총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안 의원에 대해 "X 오줌도 못가리는 정신나간 사람"(정봉주 의원) "미친 놈과 상대할 필요 없다"(노현송 의원)는 비난이 이어지자 김부겸 의원이 "조용히 해. 시끄럽다"고 역정을 내며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총 후 국회 본청을 나서던 한 중진 의원은 "아무리 생각이 달라도 그렇지, 같은 당 의원들끼리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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