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중국 수요에 힘입어 올해 최고의 수익률을 거둔 철강 화학 등 소재주 주가가 최근 며칠 동안 큰 폭으로 꺾이고 있다. 지난 주 사상 처음 20만원을 넘긴 포스코 주가는 이후 하락을 거듭하다 7일에는 1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또 올해 2만6,500원으로 출발해 지난 주 6만9,300원까지 오르며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던 SK도 7일 6만4,000원으로 급락했다.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소재주는 지난달 환율 수혜주로 각광 받으며 크게 올랐다. 중국 수요가 예상보다 더 강력하게 유지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렇듯 욱일승천하던 소재주가 갑자기 무너진 것은 올해에도 여러 차례 등장했던 ‘경기 정점’ 논란 때문이다. 최근 2~3개월 간 주가가 급등해 차익 실현 욕구가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UBS증권 장영우 전무는 "아시아 철강가격이 단기적으론 더 오를 수 있으나 결국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자동차용 고품질 철강 공급이 부족해 최근 포스코 주가가 크게 뛰었지만, 조만간 선두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CSFB증권도 "원화 강세로 중국으로부터의 철강수입 증가가 예상된다"며 철강업종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했다. CSFB증권은 건설관련 봉형강류(철근 등) 제품을 생산하는 INI스틸과 동국제강이 내년부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오히려 이번 조정을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증권 양기인 연구원은 "국제 철강가격 동향을 보면 철근은 약세지만 판재류는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중국 수요가 왕성해 가격이 크게 떨어질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김경중 연구원도 "아시아 열연코일 가격이 내년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는 최근 IR에서 "내년 세계 철강시장이 2% 가량 성장할 것이며, 포스코와 차이나스틸, 일본 JFE 등이 함께 고로 보수를 위해 3개월 동안 생산을 중단할 경우 시장의 공급 부족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의 내년 업황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반면, 화학 분야 업황은 약세로 돌아섰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메리츠증권 유영국 연구원은 "최근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제유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정제 마진도 소폭 내려 지난 주 배럴당 9.2달러 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우리증권 김영진 연구원은 공급 부족현상이 완화됨에 따라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비수기 진입에 따른 수요 감소와 유가 하락으로 내년 3월까지는 제품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 하락이 더 이상 석유화학업체의 채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김재중 연구원은 이처럼 제품가격 및 마진 하락이 당분간 불가피한 만큼 차익 실현에 나설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화학경기 고점 논란이 대두된 가운데 마진이나 제품가격 축소로 실적둔화 우려도 있다"면서 "적정주가와 차이가 적은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유 연구원도 "석유화학 업종의 한화석화, 정유업종의 SK, S-Oil 등은 최근 주가상승으로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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