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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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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입력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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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이른바 ‘한국형 뉴딜정책’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는 당정방침에 반대하는 글을 올린 이후 김근태 복지부장관은 일약 정치권의 최고 이슈메이커로 떠올랐다. 나흘 후 국무회의에서 "결과적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1주일 후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독대함으로써 파문은 수습됐지만 김장관의 행보는 여권의 복잡한 역학구도와 맞물려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다. 한국일보는 6일 과천정부청사 복지부장관 집무실에서 김장관을 만나 저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김장관은 "복지부는 행정부 중에서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야 하는 곳"이라며 "처음 시집오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어야 한다는데 저는 수양이 부족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다 사회에 큰 물의를 빚었다"고 심정을 피력했다.■ 대담 = 윤승용 정치부장

_지난번 국민연금법 파동을 한번 정리해 주시지요.

"국민연금 개정의 핵심적인 논점은 국민 여러분이 돈 좀 더 내고 받는 것은 좀 덜 받아주십시오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고령화하는 한국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상당히 높아 이런 호소는 설득력이 없습니다. 국민연금을 지켜야 한다는 정책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했던 것입니다."

_한국형 뉴딜정책에 연기금 투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뉴딜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사회는 새로운 성장과 발전이 필요한데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하고 있지요. 정말로 새로운 성장·발전이 가능하려면 경제와 복지가 통합적으로 선순환이 돼야만 합니다. 폴 크루그만의 말대로 단순히 성장주의 패러다임만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 대공황 때 루즈벨트 대통령은 뉴딜이 말 그대로 ‘새로운 거래’, ‘새로운 약속’이라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그것이 필요합니다. 경제와 복지의 새로운 통합을 통해 국민통합이 이뤄져야 미래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신뢰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서 함께 협력해서 하자는 것이지요. 보완적인 활성화조치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_복지부 홈페이지에 글을 게재하는 식으로 이의제기한 방식에 대해 오해가 많습니다.

"오해가 아니고 절차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쳤고 결과적으로 이헌재 경제부총리에게도 미안합니다. 다만 긴급히 발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경제부처 책임자들이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한국형 뉴딜 계획에 투자하고, 적대적 인수·합병 방어에 나서겠다고 직접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기금운영위원회에 참여해 요청하면 되거든요. 최종 투자여부는 기금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주무장관으로서 국민에게 ‘연기금은 안전하다. 책임 있게 지키겠다’는 말을 긴급하고 강하게 직접 전달하려 했던 것입니다."

_당시 해외순방중이던 노무현 대통령이 굉장히 섭섭해 했다던데 대통령과는 나중에 만나서 오해는 풀었습니까.

"언론 보도대로 그렇게 정리됐고 지금 파문은 사라졌고 오해는 풀렸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인데 일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왜곡돼 논점 자체가 흐려진 게 아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가는 길이 같습니다. 대통령이 LA나 영국·폴란드 동포와 만나 발언한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한반도가 결딴나든 말든 북핵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은 안된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대단히 중요한 언급으로 정말 자부심을 느낍니다."

매우 진지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연기금 파문에 관한 자신의 본뜻이 왜곡됐다고 강조하던 김 장관은 복지부의 업무로 화제를 돌리자 완연한 자신감이 밴 어투로 대담을 이끌었다.

_취임 6개월이 돼가는데 복지부나 식약청 조직에 대한 평가 좀 해주시죠.

"근래 언론보도에 ‘복지부동(伏地不動)’에서 ‘복지부 동(福祉部 動)’이라고 한 데 격려와 채찍질을 함께 느낍니다. 공무원 사회의 관료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우리사회가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안 됩니다. 밖에서 들었을 때는 복지부와 식약청이 인허가 업무 등에서 부조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와서 보니 큰 부패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관행적 부조리가 있습니다. 앞으로 관행적 부조리 발생하면 엄중문책하겠습니다."

-경제자유특구내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 허용문제에 대해 복지부가 조건부 찬성을 하자 시민단체 등이 의료개방의 신호탄이라고 비난하던데요.

"이것은 예외적이고 한정적인 것입니다. 어떤 경우도 1~2개 정도만 허용하는 것으로 재경부와 합의했습니다. 주로 한의학과 대체의학에서 앞서는 중국과 태국이 요구해오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통상압력정도로까지는 문제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_직위공모제 확산과 외부 인사 참여 확대에 불안감이 있던데요.

"일부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듣기는 했지만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압니다. 인사혁명은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과제(科制)는 폐지하고 팀제로 가는 것은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습니다. 연말이나 연초에 모든 국장, 모든 과장을 공모하려 합니다."

-저출산·고령화문제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출산정책이 20년전에 바뀌었어야 합니다. 지금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해결될 기미가 없습니다. 일본을 비롯해 서구가 대책을 마련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프랑스는 이민으로 해결했습니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이민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젊은 여성들이 출산과 보육에 대해 기쁨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을 갖춰줘야 합니다. 보육, 양육, 교육을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짊어지게 해서는 아기를 낳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호주제를 서둘러 폐지해야 한다고 저는 주장합니다. 주변을 다니다 임신부를 만나면 복지부 장관이라고 소개하고 ‘정말 고맙다’고 말합니다."

김장관은 정치문제로 주제를 바꾸자 벽에 걸린 냉수가 담긴 막사발 1개만 덜렁 그려진 소박한 그림을 가리키며 "민주화운동 기금마련 바자회 때 산 것"이라며 "냉수 먹고 속차리자"는 가르침을 매일 되새긴다고 말했다. 내년 당권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회피했다.

_올해 네번째로 백봉신사상을 받을 정도로 진중하고 합리적인 이미지와 달리 이번에 ‘하늘이 두쪽이 나도’라는 튀는 용어까지 써가며 재경부에 이의제기를 하는 바람에 일부에서 장관의 행동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간에도 민족이나 근본적인 철학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가끔 발언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의 ‘70년대 서울의 여성은 대부분 몸 파는 여성들’이라고 한 발언이나 중국이 ‘고구려가 중국 역사의 일부분’이라고 말한 데 대해 후진타오 주석에게 대국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근래 한약학과 학생들이 두 달 넘게 단식을 했는데 정말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다행히 단식을 풀고 등록한 다음에 위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근본적으로 정치인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고 발언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저는 발언해야 하는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_최근 한반도재단의 조직을 확충하는 등 사조직 정비에 열심이라던데요.

"사조직을 움직일 생각은 없습니다. 한반도재단은 2002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전에 친구·동지들과 함께 결성한 것으로 그 취지는 동아시아시대를 열자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절제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다만 그 방향은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_차기 대권의 후보군 중의 한 분이신데 내년 3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계획입니까.

"지금 생활경제가 어렵습니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층의 근심과 시름이 깊습니다. 추위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서럽게 합니다. IMF사태이후 소득의 불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개선되고 있지 않습니다. 한국사회는 자칫 서바이벌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책임지고 한숨짓고 눈물짓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는 데 이 일이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지부 장관이 해야합니다. 또한 중산층을 포괄하는 사회안전망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을 발전시켜놓고 장관자리를 마쳤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 장관은 국회의원과 장관 중 어느 쪽이 더 맘에 드느냐는 질문에 "재미있는 것은 국회의원, 보람은 장관쪽이 많다"며 "장관은 생생한 실물감각을 익힐 수 있어 좋지만 국회의원은 민심을 확인하고 민심을 모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잘못하면 건달 비슷해 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로 답변을 마무리했다.

정리=권대익기자 dkwon@hk.co.kr

사진=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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