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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멀리 계셔도 어머니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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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멀리 계셔도 어머니 마음은

입력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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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오래 전의 일이다. 별 것도 없는 내 문학세계를 소개한다고, 서울 어느 방송팀과 시골집에 내려갔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어머니에게 소설을 쓰는 아들에 대해 물었다. 나는 그걸 그 자리에서 보지 못하고 나중에 방송이 나올 때 보았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은 안 그런데, 다른 아들들에 비해 아무래도 전화도 좀 덜하게 되는 거 같네요.""왜 그러시는데요?" 하고 진행자가 묻고 어머니가 말을 이어나갔다. "아침에 전화를 할까 하다가도 어젯밤 글을 쓰고 늦게 잠이 들었는데 괜히 에미가 전화를 해 잠을 깨우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이게 되고, 또 저녁이나 밤엔 한창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로 방해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망설이게 되지요. 그래서 걸어오는 전화만 받고 이쪽에서 거는 전화는 늘 망설이죠, 뭐."

가만히 생각하면 나 혼자 책상에 앉아 글을 쓰지만, 잘 쓰지도 못하는 글 때문에 아이들이 다른 집 아이들보다 조용해야 하고, 아내가 그래야 하며, 멀리 계시는 어머니까지 전화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숨을 죽이며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그 집의 이 잘나지 못한 아들이 하는 일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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