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근육을 풀고, 따지지 말고, 맘껏 열어보자는 취지입니다. 이를테면 ‘망가짐의 미학’인데, 거기에 어떤 시(詩)의 그림자가 어리는지 볼 수도 있지 않겠어요?"현대시학ㆍ현대시학회가 16일 저녁에 여는 ‘제35회 송년 시제(詩祭)’를 ‘시와 뽕짝의 만남’으로 정했다. 제10회 현대시학 신인상 시상식과 심사평, 시낭송 순서에 이어 3부부터 시인들의 ‘뽕짝 노래자랑’을 벌이겠다는 것인데, 주최측은 작정을 한 듯, 키보드며 기타 밴드까지 동원할 태세다.
3부의 특별 게스트로 이근배 김종해 신달자 유안진 시인이 초대됐다. 일설에 따르면, 이근배 시인은 온 몸을 쥐어짜듯 혼신을 다해 뽑아내는 가락이, 김종해 시인은 리듬의 반복과 변화로 이어가는 특유의 기교가 일품이라고 한다. 또 ‘아파트’를 즐겨 부른다는 신달자 시인은 진지함 속에 스치듯 내비치는 해학적 몸짓이 가히 시적인 경지에 닿아있고, 유안진 시인은 ‘학도가’며 ‘희망가’를 뽕짝 리듬에 담아 뭇 시인을 울렸다는 평이다.
이 계획은 월간 ‘현대시학’ 주간인 정진규 시인의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신인상 수상자를 비롯한 젊은 시인들과 원로 문인들이 함께 앉는 자리이다 보니 한쪽은 위축되고, 다른 한쪽은 필요 이상으로 근엄해지지 않겠느냐"며 "먼저 근엄함 쪽이 망가짐으로써 곁을 주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해서, 3부의 행사는 시간제한도, 출전자격도 없는 열린무대가 될 모양. 그는 "1등 상금으로는 금일봉(큰 것 한 장)도 준비했으니 널리 알려달라"고 주문했지만, 끝내 그 ‘큰 것’의 실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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