뗏목 탐험가이며 고구려 역사학자인 한 분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 분은 우리가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우리 민족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역동적인 우리가 잘못된 관념에 사로잡혀 미래 주인이 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새롭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말 근거 없는 막연한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조그만 인식 전환으로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한 식물연구가가 땅 위에 떨어진 소나무 잎을 관찰했습니다. 두 장씩 묶여 달리는 소나무 잎들이 왼쪽으로 꼬이는지 오른쪽으로 꼬이는지를 반복해 조사했답니다. 그 글을 읽으며 소나무 잎이 꼬였었나? 되물어 보았습니다. 많이는 아니어도 꼬여 있더군요. 독야청청 푸르고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의 잎들은 당연히 곧은 바늘 같으리라고 선입견을 갖고 땅 위에 떨어진 수많은 소나무 잎들을 만났을 터인데 이를 한 번도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더군요. 그런데 어느 쪽으로 꼬여 있냐구요? 왼쪽으로 꼬인 것도 있고 오른쪽으로 꼬인 것도 있는데, 함께 묶인 2장은 언제나 같은 방향이랍니다.
식물책을 보다 보면 덩굴 식물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등나무, 나팔꽃, 다래나 머루…. 그런데 같은 식물을 두고 어떤 책에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 간다고 적혀 있고, 다른 책에는 오른쪽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도 식물책을 쓰면서 제가 관찰한 것과 책 내용이 다르기에 한참 고민하다가 아마 일정하지 않고 두 가지 경우가 다 있는데 어떤 나무를 만났느냐에 따라 다른 기록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지요.
그런데 그건 제가 뭘 모르고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왼쪽으로 감느냐 오른쪽으로 감느냐에 차이는 식물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사람이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나팔꽃의 예를 들면 화분 옆에서 감긴 줄기를 보면 오른쪽 감긴 것 같지만, 화분 위에서 내려다보면 왼쪽 감기가 됩니다. 또 감겨지는 기주나무의 입장에서 감는 덩굴 줄기를 바라볼 때의 방향과 거꾸로 스스로 감는 덩굴식물의 입장이 돼 줄기 끝에서 전진하면서 생각하는 방향은 반대가 되지요.
분명 나팔꽃은 한 방향으로 감고 올라가며 이 나팔꽃 줄기가 하늘을 향해 무언가를 의지해 감고 올라가는 것은 오직 줄기를 세우는데 들이는 노력을 줄이며 더 많은 볕을 받아 더 잘 자라려고 하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같은 현상 같은 목적과 내용을 보고도 내 스스로의 관점이나 선입견 때문에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냅니다.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국가 안전과 개인 인권이 모두 소중한 진리인데 서로의 관점과 선입견에 따라 화합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내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나팔꽃을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우리도 이해보다는 어떤 선입견으로 그 분들을 바라보지는 않고 있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더없이 쓸쓸한 계절에 솔숲 길을 거닐다가 허리를 굽혀 실컷 솔잎구경이나 해보아야겠습니다. 느끼면서요.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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