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드라마는 없다.’ 웬만한 미니시리즈는 해외 촬영이 기본일 정도로 돈과 품을 많이 들인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지만, ‘파리의 연인’처럼 시청률 50%를 넘나드는 ‘대박 드라마’는커녕 30%를 넘는 작품이 단 한 편도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다.월화드라마의 6일 성적표(TNS 집계)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19.7%,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18.2%, MBC ‘영웅시대’ 14.3%. 모두 16%대에서 각축한 지난 주에 비해 격차가 다소 벌어졌지만 아직은 어느 한 편의 뚜렷한 우위를 점치기 어렵다. 수목드라마도 사정이 비슷하다. KBS2 ‘해신’이 지난 주 20%를 넘어서며 앞서 나갔지만, MBC ‘12월의 열대야’(14.9%), SBS ‘유리화’(12.8%)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주말에도 저녁엔 KBS2 ‘부모님전상서’(22.1%)와 MBC ‘한강수 타령’(20.8%), 밤에는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3.1%)와 KBS1 ‘불멸의 이순신’(18.9%)이 각축한다. 일일드라마도 KBS1 ‘금쪽 같은 내새끼’(27.6%)가 앞서고 MBC ‘왕꽃선녀님’(21.5%)가 바싹 뒤쫓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시청률 평준화 현상은 내용과 작품성의 수준이 엇비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데다, 겨냥하는 시청자 층이 조금씩 달라 경쟁 드라마에 시청자를 뺏기는 경우가드물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편성전략 변화도 한 몫 한다. 월화에 사극 ‘왕의 여자’ ‘장길산’을 잇따라 내놓았다 쓴 맛을 본 SBS는 청춘 드라마로방향을 틀어 빛을 봤고, KBS는 감성 멜로물을 주로 편성했던 수목 시간대에 과감하게 퓨전 사극을 배치해 시청층 차별화에 일단 성공했다.
드라마의 치열한 경쟁 양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SBS가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등 잇따라 히트작을 내며 선점한 주말 밤 시간대에 MBC가 내년부터 ‘제5공화국’을 들고 새롭게 뛰어들고, SBS는 고현정의 ‘봄날’로 수성에 나선다. 또 MBC는 ‘KBS판 다모’로 기대를 모으는 ‘해신’에 대적하기 위해 김희선, 권상우 주연의 ‘슬픈 연가’를 투입할 예정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