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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베스트멘토링賞 정의정·이한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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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베스트멘토링賞 정의정·이한나씨

입력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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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남독녀 외동딸이다 보니 고민을 털어 놓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누군가가 저 이상으로 제 문제를 신경 써 준다는 게 참 고맙고 든든합니다." "오히려 동생을 통해 제가 더 자극을 받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기회가 되지요."이한나(20·성신여대 경영학과 2년)씨에게 올해는 각별히 운 좋은 해였다. 정신적으로 지치고 어려울 때 큰언니 정의정(28·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재학)씨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올 3월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관심 분야의 선배를 맺어 주는 사이트를 접했다.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야 할지 고민하는 여대생에게 해당 분야의 선배가 멘토(후견인)가 되어 조언을 해 주고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꿈인 멋진 커리어 우먼으로 소개받고 싶다고 신청했다. 답변이 온 것은 한 달 뒤. 사회복지법인 월드 비전에서 이벤트·마케팅팀 간사를 하고 일반 기업도 거친 정씨가 자신을 소상히 소개한 답변 메일을 보내 온 것이다. 10년 후 실버 산업 관련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목표라는 점도 이씨로서는 반가웠다. 무릎을 탁 쳤다. 정확히 벤치마킹 대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외국 경영대학원(MBA)에 진학하거나 컨설팅 회사에 취업하고 싶어요.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고 여자대학이다 보니 선배들과 인맥을 형성할 기회도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생의 방향타가 생긴 것 같아요." 이씨는 큰언니와 수시로 이메일을 주고 받고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만나 맛집 찾아다니기와 수다떨기를 즐겼다. 큰언니는 미국 MBA 과정 자료를 보내 주는가 하면 기업 조사 리포트에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 주기도 했다.

둘은 ‘대장금’의 한상궁과 장금이 관계를 연상시킨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정보 수집이나 네트워킹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요. 여자들은 선배가 별로 없다는 편견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도 있지요. 한나를 보면 취업 준비 하느라 대학 시절 포기했던 많은 것들도 생각나고 해서 선배인 제가 오히려 성숙해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씨의 최근 질문은 어떻게 하면 큰언니처럼 사람을 능숙하게 대할 수 있을까였다. 정씨는 카운셀링 자격증이 있고 회사에서 해외 근무도 많이 해 자신감이 넘쳤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이 차에 주눅들거나 움추러들지 말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일본어 공부 방법을 문의하자 홍익대 앞 일본 카페를 알려 주기도 했다. 이씨는 정씨의 권고대로 내년도 연간 계획을 세우고 있다. 1년 동안 읽을 책과 어학 공부, 헬스클럽 다니기 등 실천목록을 작성 중이다.

두 사람은 7일 여성부로부터 ‘2004 베스트 멘토링상’ 활발한 멘토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둘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미 친자매를 넘어서 있었다.

글 박석원기자 spark@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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