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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교사에게 대리시험 잡아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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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교사에게 대리시험 잡아내라니…

입력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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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내 학생을 잡아내라니요."경찰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대리시험 부정행위를 추가로 적발하기 위해 담임 교사 등이 사진을 판독, 사실상 전 수험생의 실제 응시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일선 학교에 요청하자 학교측은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한 교사는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부정행위를 하게 한 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려낸 학생을 고발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선생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다"는 교사도 여럿이다.

경찰은 이번 조치에 대해 "수능 부정 사건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나 이미 적발된 수험생과의 형평성을 따져봐도 옳은 말이다. 다 제쳐두고 ‘철저한 수사’는 그 자체로 절대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철저한 수사가 꼭 교사들을 앞세우는 방법까지 동원해야만 가능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휴대폰 수사를 비롯, 아직까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다른 부정행위 방법도 이번 수사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리시험 수사 확대는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 한 교사는 이와 관련 "수험생의 장래나 학교의 명예 및 징계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적극적으로 확인 작업에 나서는 선생님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교측의 ‘조사 아닌 조사’는 미미한 성과로 끝날 것이 뻔하다. 어쩌면 단 한 건도 안 나올지 모른다.

"경찰은 아마 ‘원칙대로 할만큼 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모양이지만 선생님과 제자들이 입게 될 상처는 어찌할 것인가"라는 한 고교 교장의 반문을 경찰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진성훈 사회부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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