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집창촌 업주 모임 대표가 ‘현대판 노비문서’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수년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6일 전국 집창촌 업주 연합회인 ‘한 터전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터)’ 대표 강모(52)씨를 신용정보 이용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강씨는 지난해 3월부터 선불금 사기자, 성매매 신고자 등 성매매 여성 1,230여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전국 10개 집창촌 업주 200여명에게 3차례에 걸쳐 통보해 주고 수수료로 3,2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4권의 책자 형태로 된 리스트에는 1,230여 성매매 여성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신상정보는 물론, 선불금을 떼어먹고 달아나는 속칭 ‘탕치기’ 전력이 있는 ‘사고 여성’들의 구체적인 내역까지 상세히 기록돼 있다. 선불금을 챙기고 달아나는 여성은 ‘사고자’, 2차례 이상 선불금만 챙겨 달아난 여성은 ‘이중 사고자’, 경찰에 성매매 사실을 신고한 여성은 ‘보호자 신고사건’ 등으로 등급별로 세분화 돼 있다.
그간 실제 존재 여부가 관심을 모았던 성매매 여성들의 블랙리스트가 드러남에 따라 한터가 성매매 여성들의 권익 보호보다는 포주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터는 2000년 군산 윤락가 화재사건 이후 성매매 업계와 관련된 현안에 대응키 위해 2002년 11월 설립됐으며, 현재 전국 1,200여개 업소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결과 강씨는 2002년 7월부터 사채 사무실을 운영하며 다른 업주들과 공모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선불금 명목으로 대출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로 1,000만원을 받았으며, 불법 카드깡 영업을 통해 2,5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또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속칭 ‘609’ 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며 장모(26·여)씨 등 47명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해 주고 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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