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내년 증시는 국내 기관에게 물어봐라."900선 돌파를 앞둔 국내 증시가 기관 투자가의 움직임에 일희일비 하고 있다. 이 달 들어 기관매수세가 활발히 이어지며 종합주가지수는 단숨에 880선에 올라섰다. 하지만 890선 돌파를 시도할 때마다 기관이 고비고비 매도로 전환하며 좌절감을 안겨주고 있다.
6일 증시도 3일 앞으로 다가온 트리플 위칭데이(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의 위력 속에 기관이 거래소시장에서 1,200억원대의 순매도를 보이자 급락세를 연출, 간신히 지수 870선을 지키는데 만족해야 했다. 2000년 이후 줄곧 순매도 행진을 벌이던 국내 기관들이 10월 이후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며, 시장 장악력이 부쩍 커졌음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과장은 "적립식 펀드로의 자금유입, 투신의 주식형펀드 잔고 감소세 진정 등 간접 투자자금이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외국인이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내 기관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기관들이 살만한 종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1999년 시가총액 대비 8.5%에 달하던 투신권의 주식보유 규모가 현재 3.4%까지 줄어들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점도 기관의 매수우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시가총액 상위종목 가운데 기관 지분율이 삼성전자 수준(12.73%)보다 낮은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 기관 보유비중이 낮은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포스코(기관 비중 6.84%), 한국전력(4.76%), SK텔레콤(10.50%), 국민은행(9.60%), KT(4.28%), 현대차(10.48%), LG전자(10.54%) 등이다. SK(17.25%)와 S-Oil(20.69%)은 이미 기관 보유비중이 높은 편이다. 포스코의 경우 과거 기관장세의 전성기였던 99년 말 기관 지분율이 14.28%에 달했고, 한국전력(8.11%), SK텔레콤(15.15%), 국민은행(7.04%), KT(7.24%), 현대차(21.17%) 등도 기관 비중이 높았다.
삼성증권 역시 내년 증시에 대해 "외국인은 3조원, 개인이 2조원 정도의 주식을 순매도하는 반면, 기관은 3조4,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설 것"이라며 기관의 증시 주도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의 주식투자 수요는 국민연금 1조8,000억원, 적립식 펀드 6,400억원, 자사주 매입 6조원 등 8조4,400억원으로 예상됐다. 여기서 유상증자나 신규 상장기업의 주식 매수에 투입될 5조원을 제외하면 기관의 순매수 여력은 3조4,400억원 가량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기관의 순매수 여력이 꾸준히 늘어 2010년에는 7조1,1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증권 홍기석 조사팀장은 "내년에 국내 기관의 순매수 여력이 커지겠지만, 경기 둔화의 지속으로 외국인과 개인의 매물을 모두 소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2006년 이후에는 기관의 매수 여력이 점차 확대되면서 증시 장악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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