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상징하는 1억2,000만 마리의 종이학이 5일 태국 남부 지역의 하늘을 하얗게 수놓았다. 푸피몬 아둔야넷 국왕의 77회 생일인 이날 태국 정부는 그 동안 국민들이 밤을 새워 접어온 종이학을 50여기의 군용기에 실어 나라티와트, 얄라, 파타니 주 등 이슬람과의 종교분쟁 지역에 흩뿌렸다.‘종이학 이벤트’는 탁신 치나왓 총리가 1개월 여 전 이슬람과의 갈등해소를 모색하자면서 제안했다. 태국 남부 지역에선 지난 1월 군부대가 습격당한 이후 폭탄테러와 불교도 공격 등이 잇따라 지금껏 500명 이상이 숨졌다. 특히 10월에는 태국군이 이슬람 시위대를 연행하던 중에 78명이 질식사, 태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국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탁신 총리는 종이학 이벤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종이학을 찾는 학생에겐 장학금을, 어른에겐 일자리를 내걸었다. 또 종이학 5만 마리엔 자전거, 5,000 마리엔 선풍기 교환권이 첨부됐다. 때문에 이날 학생들은 수업을 중단하고 종이학 줍기에 나섰고, 일부 어른들은 한 마리라도 더 많은 종이학을 맞이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어망을 펼쳤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사상 최대의 보물찾기 소동’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종이학이 투하된 이날도 폭력사태는 멈추지 않았다. 종이학이 뿌려진 그 시간 파타니주에서 전직 검사가 총에 맞아 숨지는 등 4건의 테러와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때문에 이번 종이학 이벤트는 탁신 총리의 정치쇼로 끝났을 뿐 아니라, 이슬람교도의 반감을, 일반 국민에겐 사행심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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