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두 오케스트라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이 상임지휘자를 찾고 있다. 새해를 한 달도 안 남겨둔 지금까지 아무런 결정이 나오지 않아 해가 바뀌어도 당분간은 상임지휘자 없이 가야 할 판이다.1999년부터 KBS교향악단을 이끈 드미트리 키타옌코는 올 연말로 임기가 끝난다. 16, 17일 정기연주회가 고별무대. 지난 6년간 그는 KBS교향악단에서 차이코프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러시아 레퍼토리를 늘려 놨고, 차이코프스키 음악으로 4장의 음반을 녹음했다. KBS교향악단은 실력과 조건에서 알맞은 후임자를 못 찾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키타옌코가 더 이상 맡지 않는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면서도 후임을 정하지 못한 늑장 행정이 문제다.
서울시향은 소속기관인 세종문화회관의 복잡한 내부사정과 맞물려 상임지휘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시향의 독립법인화, 노사간 임단협 해지와 구조조정, 서울시의 세종문화회관 관련조례개정 등 민감한 현안들이 걸려있어 세종문화회관의 분위기는 폭풍 전야. 세종문화회관은 올 여름 감사에서도 지적됐듯 비리와 방만한 경영으로 그동안 ‘복마전’ 이라는 비판을 들어왔고, 서울시향 등 소속 9개 예술단도 대부분 무사안일한 활동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회관과 소속 예술단의 대대적 혁신방안을 검토하면서 우선 서울시향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향이 법인으로 새 출발할 경우, 단원의 물갈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 불똥은 회관 내 다른 예술단에도 튈 것이다. 노조는 반발하고 있지만, 사측이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한지 6개월이 지나 기존 협약은 무효가 됐다.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후보로는 체코 출신 블라디미르 발렉과 애틀란타 심포니를 미국의 10대 교향악단으로 끌어올린 요엘 레비가 꼽히고 있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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