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공금유용 사건으로 시청자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에 봉착한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한류(韓流)에 위기탈출의 희망을 걸었다.NHK는 최장수 간판 프로그램인 연말 가요 홍백전이 격투기 중계 등 민방의 맞불작전으로 해마다 시청률이 떨어져온 데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거물PD가 4일 제작비 착복 혐의로 체포돼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는 더구나 최고 인기 남성 그룹인 SMAP가 출연을 거절했고 최고 인기 여성 그룹인 모닝구무스메의 솔로 아베 나츠미는 가사 표절이 드러나 사퇴하는 바람에 연예지들은 "차라리 홍백전을 폐지하라"고 공격해왔다.
이런 와중에 ‘겨울연가’ 주제가를 부른 Ryu, 현재 일본서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 이병헌과 함께 출연하는 이정현, Boa 등 3명의 한류 스타 출연이 홍백전의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금유용에 대한 시청자의 항의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한류 스타 3명 덕분에 홍백전 방청권 신청은 이미 창사 이래 가장 빨리 마감이 된 상태다.
노조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NHK 경영진도 유일하게 내세울만한 경영실적은 한류다. 2003년 결산에서 NHK가 전년도에 비해 늘린 매출액 98억엔 중 35억엔이 ‘겨울연가’ DVD와 비디오, 소설 등을 판매해 올린 수익이었다. 이런 추세는 2004년도 마찬가지다.
NHK는 20일부터 ‘겨울연가’ 무삭제 한국어판을 자막처리로 10일간 연속 방송할 예정이다. 이 드라마가 NHK에서 방송되는 것은 네 번째로 한류 열기를 31일의 홍백전으로 연결해 명예를 회복하려는 편성의도가 엿보인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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