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상정을 놓고 여야가 닷새째 대립하는 가운데 6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한나라당의 저지를 뿌리치고 손바닥으로 위원장석 탁자를 치며 국보법 폐지안을 상정한다고 선언, 한나라당이 원천무효라고 거세게 반발했다.여야는 이날 국보법 상정을 놓고 물리적 충돌을 빚은 데 이어 여당이 일방 선언한 상정의 법적 효력을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어 향후 법적 공방과 함께 정국경색이 심화할 전망이다. 특히 정기국회 폐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여야가 전면 대치,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민생·경제 법안 처리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다.★관련기사 A3면
최재천 의원은 이날 오후 4시9분께 한나라당 의원들을 여당 의원들이 끌어낸 틈을 타 법사위 위원장석에 선 채로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 차례씩 치며 개의와 국보법 상정을 전격 선언했다. 최 의원은 곁에 서 있던 우리당 우원식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이 "이의 없다"고 찬성하자 "산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대신해 국회법령집으로 탁자를 세 차례 두드린 뒤 퇴장했다.
최 의원은 이후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의사진행을 파행시켜 국회법에 따라 위원장 직무를 대행,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개정안을 상정했다"며 "상정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공청회 등 토론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도 상정 이후 열린 긴급 상임중앙위·기획자문위 연석회의에서 "오늘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의 국보법 폐지안과 형법개정안은 적법하게 상정됐다"고 선언하며 "국회에서 각계각층의 국민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토론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처음 보는 해괴망측한 일이 있었다"며 "여당이 저지른 난동은 법적으로도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전여옥 대변인도 "개회선언도 하지않고 의결정족수 확인도 빠뜨리는 등 기본적인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장난같은 해프닝에 불과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여당의 몰상식하고 반민주적인 처사를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국보법은 그 사안의 중요성을 볼 때 이미 한 상임위에서 홀로 결론을 내리고 처리할 범주를 넘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여야가 별도의 기회를 갖고 국보법 개폐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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