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아주 많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가 있었다. 평생 동안 쓴 작품번호만 해도 1,000번이 넘어간다. 그가 마지막 작품을 남기며 죽어가고 있다. 그것은 후세에게 전달할 교과서다. 자신이 사용했던 음악기법 중 가장 숭고하고 완벽한 음악어법을 설명하는 작품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어떤 악기로 연주할 작품을 쓸 것인가? 아직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악기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 어떨까? 어떤 이유에서건 그는 이 작품집에 어떤 악기로 연주하라고 표시하지 않았다(곡의 빠르기도, 셈여림도 표시하지 않았다).
간단한 멜로디를 가지고 먼저 한 곡을 만들었다. 그 다음 같은 멜로디에 리듬감을 주어서 또 한 곡을 만들었다. 이번엔 악보 밑에 거울을 비춘 듯 음악을 뒤집어서 또 하나를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그가 알고 있는 모든 음악기법을 차례대로 소개하기 시작한다. 이 멋진 작업은 18개의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제 19번째 곡을 만들기 시작한다. 앞선 곡들은 5분에서 길게는 10분 미만의 짧은 곡들이지만, 이 곡은 무려 15분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걸어가듯 계속해서 감동의 선율을 뽑아낸다. 하지만 아직도 끝날 줄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또 하나의 새로운 멜로디를 적기 시작했다.
‘시플랫-라-도-시’
단 4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이 암울한 멜로디는 앞선 것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는 이 작품을 결국 끝내지 못했다. 평생동안 악보를 그리는데 사용한 시력을 완전히 잃고 죽는다. 그 제자들도, 후세의 작곡가들도 이 작품에 손대지 않음으로써 끝까지 미완성의 걸작으로 남게 되었다. 어떤 악기로 연주하라고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음악가들이 여러 악기로 연주를 시도했다. 더구나 어떠한 빠르기나 셈여림도 없기에 연주자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예술성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도화지를 제공한 것이다.
더 멋진 사실은 오늘날 이 작품을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사람들도 미완성인 채로 공연을 끝낸다는 것이다. 공연을 본 사람들은 ‘맺어지지 않는’ 심오한 여운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마지막에 사용한 4개의 음은 작곡가의 마지막 서명이다. ‘시플랫-라-도-시’를 독일식 알파벳으로 표시하면 ‘B-A-C-H’이며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의 이름이다. 오늘날 ‘Art of Fugue’, 즉 ‘푸가의 기법’이라 불리는 이 최후의 걸작을 남긴 사람,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이다.
현악사중주 콰르텟 X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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