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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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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입력
2004.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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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문화운동단체에서 글 부탁을 받고 ‘마광수와 리영희, 장정일과 박노해’라는 제목으로 써 주었다. 마광수, 장정일씨는 외설로 옥살이를 해야 했던 문학가들이고 리영희, 박노해씨는 진보적 저술활동 등으로 옥살이를 한 정치범들이다. 당시 글의 요지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운 것처럼 보이는 마, 장씨는 사실은 사이비 자유주의자들이고 역으로 이들의 처벌에 동조했던 일부 진보진영역시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었다. 마씨 등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리, 박씨처럼 사상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재야운동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마씨의 글이 반사회적 퇴폐성을 띠고 있으므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부 진보진영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이다.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4대 개혁법안’과 관련, 언론개혁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정확히 이 같은 생각이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신문들은 1개 신문이 30%이상, 상위 3개사가 60%이상 시장을 지배할 경우 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돼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열린우리당의 언론개혁법에 대해 언론 자유 침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과 개혁세력, 그리고 여타 신문들은 여론과 정보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소수신문, 특히 거의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는 소수신문이 여론과 정보시장을 독점하는 것은 다양성을 침해함으로써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를 고치려는 언론개혁법은 실질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형식적인 자유와 실질적인 자유 중에서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자유라는 점에서 필자 개인적 입장은 두 견해 중 후자이다.

그러나 실질적 언론 자유의 총량이 아니라 소수 다부수 언론의 입장에서는 이 법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설사 이 같은 입장을 이해해준다고 하더라도 이들 언론들은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언론개혁법을 비판할 자격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논거로 들이댈 수 있는 것은 이들 언론들, 특히 조선일보가 언론의 자유를 억압했던 독재정권들과 보여준 밀월관계이다. 그러나 이는 과거사이고 이들이 이제 과거의 역사를 반성하고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좋게 보아줄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이들은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그 이유는 이들 신문이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언론법 개정안을 비판하면서도 언론의 자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언론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사상의 자유를 압살하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며 반대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사상의 자유는 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압해도 된다는 이야기인가? 한 마디로, 내 자유는 보장해줘야 하지만 나와 다른 남의 자유는 규제하고 잡아넣어야 한다는 이중잣대이자, 이들 언론의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코미디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조선일보가 대통령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해 근거없는 색깔론을 제기하자 진보진영이 이를 규탄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 자리에서 일부 학자들은 조선일보를 폐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 같은 주장은 ‘좌파는 잘못됐으므로 잡아넣어야 한다’는 조선일보의 논리와 다름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좌파의 사상적 자유가 중요하다면 조선일보의 언론자유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조선일보의 언론 자유가 중요하다면 좌파의 사상 자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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