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어제 국회 법사위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변칙 상정하는 무리를 저질렀다. 한나라당은 ‘원천무효’라며 법적 형식적 효력을 둘러싼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효력 여부를 떠나 사실상 날치기 수법이다.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구두로 안건상정을 외치고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탁자를 쳐 가결을 외쳤다는 그 장면은 과거 독재 정권 때나 권위주의 정권 시절 익히 보던 완력 정치의 전형이다.이로 인해 숱한 민생경제 법안 심의가 발이 묶이고 정국의 극한대치와 국회마비가 빚어질 것이다. 집권당이 이 어려운 시기에 국가적 쟁점 현안을 처리하는 방식이 고작 이 정도 수준이라니 누구를 믿겠는가. 마치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법 폐지만은 강행하겠다는 자세인데, 이는 독선이나 오만을 넘어서는 정치파괴와 다르지 않다.
보안법 문제는 우리 체제와 국가 정통성에 관한 민감한 이견과 논쟁이 상징적으로 대치하는 쟁점이다. 때문에 어떤 다른 현안에 비해 타협과 합의의 원칙과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합의처리가 불가능하면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순리다. 이 것이 다수 여론의 생각이라는 것도 분명히 드러나 있다.
오죽하면 김원기 국회의장도 법사위 파동에 대해 "사안의 중요성을 볼 때 이미 한 상임위에서 홀로 결론을 내리고 처리해야 할 범주를 넘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을까. 여당은 국민적 동의를 외면하고 수의 원리, 힘의 행사를 분별없이 구사했다. 이 때문에 초래될 민생과 경제 피해를 심각히 생각해 보았다면 집권당의 국회운영이 이렇게 갈수는 없다. 폐회일을 불과 사흘 남긴 국회를 이 지경으로 몰아간다면 차후 임시국회를 소집한들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정국을 어디로 끌고 가자는 것인지 국민의 앞길이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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