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목이든 한·일전에는 늘 ‘비바람’이 몰아친다. 3년째 악천후 속에서 진행된 2004 핀크스컵 한일여자프로골프 대항전(총상금 4,200만엔) 역시 실력 대결 못지않게 불꽃튀는 기세 싸움 속에 예측불허의 난전을 펼쳤다. 결과는 한국의 대역전 드라마.한국은 5일 일본 시가현 오츠골프장(파72·6,52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싱글 스트로크플레이(2명씩 12팀이 18홀 성적으로 대결)에서 일본에 8승2무2패로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승점 18점을 보탠 한국은 최종성적 28-20으로 승리(상금 2,600만엔)하며 3연패의 휘파람을 불었다. 역대 전적 3승2패의 우위. MVP(상금 100만엔)의 영광은 혼자 2승을 챙긴 한희원(26·휠라코리아)에게 돌아갔다.
"이번마저 진다면 인근 호수에 빠져죽자"며 결사항전을 펼친 일본 팀에 전날 불의의 일격(4승2무6패)을 당한 한국 드림팀. 이날 태극여전사들을 일깨운 것은 "일본에게 질 수는 없다"는 오기였다. 홍석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 표현처럼 "북풍한설에 더욱 힘을 내는 한국 선수"들이었다.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치러진 이날 역전의 주역이 따로 없었다. 장정(24)이 일본의 선두주자로 나선 최강자 후도 유리(28)와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 기분 좋은 신호탄이었다. 이날 데일리베스트(66타)를 기록한 김초롱(20)의 맹타에 기세가 오른 한국은 주장을 맡은 고우순(40·혼마)과 한희원에 이어 국내파 문현희(21·하이마트) 등이 잇따라 승전보를 전하면서 승리의 물꼬를 한국 쪽으로 돌려놓았다.
피날레는 미국파 ‘빅3’가 맡았다. 이날 긴급 투입된 박지은(25·나이키골프)이 기무라 도시미(36)를 가볍게 따돌린 데 이어 김미현(27·KTF)이 모기 히로미(27)에게 7타차 대승을 거두면서 한국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박세리는 10대 영웅 미야자토 아이(19)와의 일전을 자청해 1타차 승리를 거두면서 전날 패배로 상처를 입었던 골프여왕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한국 여자 선수들이 강한 이유를 묻는 일본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박지은은 "김치파워"라고 대답했다.
오츠(일본 시가현)=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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