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유임이 확정되면서 조지 W 부시 2기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의 골격이 짜여 졌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럼스펠드 장관의 주례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그의 유임을 요청했고 럼스펠드 장관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미국 언론들이 5일 전했다.그의 유임 여부는 미 외교안보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였다. 럼스펠드 장관 유임 배경에는 그를 교체할 경우 부시 정부가 이라크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럼스펠드 장관도 이라크 치안 상황이 나아지고 보다 명예스럽게 퇴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내각에 더 남아있기를 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럼스펠드 장관이 미군 규모와 구조 변화를 담을 ‘4개년 국방계획 보고’(QDR)’를 감독하기 위해 최소한 2005년 말까지는 장관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군 재편 작업은 의회 및 일부 군 장성들과 마찰에도 불구하고 더욱 속도가 붙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신보주의자(네오콘)의 핵심인 폴 월포위츠 부장관이나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등 국방부의 다른 수뇌부를 교체할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월포위츠 부장관의 장관 승진이 무산됨으로써 네오콘이 좌절을 맛보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국방부와 국무부의 관계 설정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크 오핸런 연구원은 럼스펠드 장관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대립했던 것과는 달리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지명자와는 보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두 사람 모두 부시 대통령의 지도 이념을 따르는 충성파"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럼스펠드의 강경론과 파월의 온건론이 맞섰던 부시 정부 1기 대외 정책의 기본 구도와는 달리 2기 외교 안보 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설정한 의제를 충실히 집행하는 문제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 보다 국무 국방 라인의 정책을 부시 대통령에 전달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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