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에 거듭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여전히 차갑다. 때문에 "6자 회담이 내년 2월 이후에나 재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대화론이 힘을 잃고,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 강경론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위기국면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노 대통령은 4일 폴란드 국빈 방문 중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없다"는 등 많은 ‘좋은 말’을 던졌다. 지난달 12일 로스앤젤레스 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역설한 이래 끊임없이 북한에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은 이날 "우리는 회담 개최 문제에서 조금도 바쁜 것이 없으며 서둘러 결론을 내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2기 부시 행정부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려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입장은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 이후에나 6자 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뉴욕에서 북미간 실무접촉이 2차례나 열리고 중국의 고위 외교 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 의사를 타진한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북한은 미국의 현 국무부 라인과 협상해야 하는 6자 회담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분위기를 조성한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태도가 무척 아쉽다.
특히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주도적 역할론’을 내세우며 평화적 해결 원칙을 관철시키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한 상태였다. 정부는 연내에 실무급 접촉을 갖고 내년에 본회담을 재개한다는 원칙을 세운 뒤 다른 국가들과 긴밀히 협의하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냉담한 태도는 미국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시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북한이 지금의 유화적 분위기와 다른 환경에서 협상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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